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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에 첫 메달 국민 영웅으로

Posted August. 21, 2008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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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만 체력은 오히려 건재하다. 온 몸의 힘을 다 모아 싸우는 역도에 있어 김 군이 백이십키로 오백을 들어 인류로서 큰 힘을 자랑하다니 참으로 민족의 기쁨이 아닐 수 없구나.

60년 전인 1948년 8월 12일 동아일보 2면에는 이런 기사가 실렸다.

당시 런던 올림픽 역도 미들급에서 김성집(89) 옹의 눈부신 활약을 보도한 내용이었다. 김 옹은 광복 후 첫 올림픽에 출전해 한국인 최초로 올림픽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기사 내용처럼 당시 김 옹의 쾌거는 국제무대의 변방으로 미미하기만 하던 한국 스포츠의 존재를 만방에 알리며 국민을 열광시켰다.

김 옹처럼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스포츠 약소국의 값진 메달이 쏟아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따낸 이런 국가들의 메달은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미국)의 수영 8관왕 등극과 중국과 미국의 메달 경쟁 못지않게 신선한 감동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 주므로 박수갈채를 받기에 충분하다.

우선 올림픽 메달 순위표의 끄트머리를 보면 이름도 낯선 아프리카 국가들이 줄줄이 눈에 띈다.

2006 독일 월드컵에서 한국과 예선 같은 조에 묶이면서 국내에 비로소 알려지기 시작한 토고의 뱅자맹 보크페티(27)는 카약 남자 슬라롬 1인승에서 동메달을 차지했다. 토고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다. 토고 출신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보크페티는 일약 토고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아프리카 동쪽 인도양에 인구 120만 명에 불과한 작은 섬나라 모리셔스도 처음으로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배출하는 감격을 누렸다. 모리셔스 복싱 대표팀 브루노 줄리(30)는 18일 밴텀급 8강전에서 헥토르 만사니야(베네수엘라)를 13-9 판정으로 꺾고 동메달을 확보했다. 1984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모리셔스는 줄리의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메달 색깔이 금빛이나 은빛으로 바뀌기를 기대하고 있다. 정수리만 오렌지색으로 물들이고 나머지는 삭발을 한 이색 헤어스타일을 한 줄리는 내 목표는 금메달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그는 정부로부터 2만5000유로(약 3800만 원)의 포상금을 약속받았다.

3개 종목에 걸쳐 5명의 선수로 이뤄진 미니 대표팀을 파견한 파나마는 올림픽 출전 60년 만에 처음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인구 349만 명에 불과한 파나마 국기를 달고 필드에 나선 어빙 살라디노는 육상 남자 멀리뛰기에서 8m34로 시상대 꼭대기에 섰다. 파나마는 1948년 런던 대회 육상 100m와 200m에서 동메달을 딴 뒤 60년 동안 노메달에 그친 한을 풀었다.

바레인은 모로코에서 귀화한 라시드 람지를 앞세워 최초의 올림픽 메달을 황금빛으로 채색했다. 람지는 육상 남자 1500m에서 3분32초94로 맨 먼저 골인해 제2의 조국에 영광을 바쳤다.

몽골의 투브신바야르 나이단은 유도 남자 100kg급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한때 대제국으로 세계를 호령하다 현재 인구 250만 명의 작은 나라로 전락한 몽골은 전통 씨름 선수 출신인 나이단을 앞세워 첫 금메달을 획득했다.

중앙아시아의 타지키스탄은 라술 보키예프가 유도 남자 73kg급에서 동메달을 따며 올림픽 첫 메달을 등록했다. 타지키스탄의 인접국인 키르기스스탄은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6kg급에서 카나트벡 베갈리예프가 사상 첫 은메달을 모국에 선사했다.

인구가 11억 명에 이르지만 스포츠에서는 약체였던 인도는 아브히나브 빈드라가 사격 남자 공기소총 10m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축제 분위기에 빠졌다.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개인 종목 금메달을 딴 빈드라는 지난 주말 금의환향 후 연일 축하 행사에 초청되고 있으며 수억 원의 포상금에 평생 기차 무료 이용권 등이 주어졌고 부자인 아버지에게서 500억 원 상당의 호텔까지 받게 돼 돈방석에 앉았다.



김종석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