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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와 정치가 바뀌면 국민도 바뀐다

[사설] 정부와 정치가 바뀌면 국민도 바뀐다

Posted April. 30, 2008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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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1970년대의 새마을운동에 대단한 애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시대에 산업현장을 발로 누빈 한 사람으로서 새마을운동이 무()에서 유()를 창조한 산업화와 근대화의 정신적 기반이 되었음을 온 몸으로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대통령이 28일 국무위원들이 참석한 재정전략회의에서 제2의 새마을운동을 연상시키는 발언을 했다. 권위주의 시절처럼 정부가 아침부터 노래를 틀면서 일방적으로 끌고 갈 수는 없지만, (선진 일류국가 도약을 위해) 국민적 동참을 끌어낼 수 있는 21세기형 국민운동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새마을운동과는 형태가 다르더라도 뭔가 범국민적 차원의 운동이 필요하다는 제안으로 해석되기에 충분하다.

이 대통령이 행여 그런 의도로 발언한 것이라면 시대착오적이다. 정부가 하자고 해서 국민이 선뜻 따라줄 리도 없지만 정부가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의 한국이다. 정부의 개입을 줄이고 민간의 자율과 창의를 존중하겠다는 작은 정부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논란이 일자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 무슨 캠페인을 하겠다는 식의 관치는 결코 아니다. 관()의 변화로 국민의 변화를 유도하자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정말 그런 의도라면 권장할 만 하다. 잃어버린 10년을 만회하고 선진화의 가속 패달을 밟기 위해선 다시 한 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선 관료사회와 정치가 먼저 바뀌어야 하나 현실은 기대 밖이다. 이사를 가면서 멀쩡한 책상 의자 서랍장 등을 버리고 새로 구입하는 게 우리 공무원들이다.

새 집기 구입에 보건복지가족부는 6억1224만 원, 국토해양부는 4억6995만 원을 썼다고 한다. 국회는 작년부터 미관을 바꾸는 조경공사와 조명설치에 10억 원이 훨씬 넘는 돈을 썼고, 1800억 원 규모의 제2의원회관과 196억원 규모의 국회연수원 신축도 추진 중이다. 세금 아까운 줄 모르는 정부와 국회이다.

정부와 정치권의 구태도 가관이다. 일부 정당의 비례대표 공천에는 돈 냄새가 물씬 풍기고, 정부와 정치권 할 것 없이 끼리끼리 끌어주고 밀어주는 연고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

이런 구태와 타성에 젖어있으면서 국민을 향해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연목구어()다. 정부와 정치가 먼저 바뀌어야 국민의 의식도 바뀐다. 그래야 선진 일류국가의 기반을 닦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