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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승계 당분간 수면 아래로

Posted April. 23, 2008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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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문제는 22일 삼성의 파격적인 경영쇄신안 발표로 논쟁의 바다에서 한동안 수면 아래로 잠복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 총수인 이건희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퇴진했고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도 이 회사 최고고객책임자(CCO)에서 물러나 여건이 열악한 해외 사업장에서 현장체험 및 시장개척 업무를 맡는 사실상의 백의종군에 나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학수 전략기획실장은 이날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이재용 전무는 아직 경영수업을 받고 있을 뿐이며 이건희 회장은 이 전무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한 중장기 과제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나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이 회장의 뜻은 서둘러 경영권 승계를 하지는 않겠다는 것으로 이 전무는 여전히 객관적으로 가장 유력한 후계자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 전무가 삼성그룹 지분구조의 중요한 연결고리인 삼성에버랜드의 지분을 25.1%나 보유한 데다 최근 특검 수사에서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각종 의혹은 대부분 무혐의 처분됐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이 전무가 주주와 임직원, 사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상태에서 경영을 승계할 경우 불행한 일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이 실장이 이날 전했다.

그룹의 한 임원은 이를 뒤집어 해석하면 이 전무에게 스스로 인정받을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 봐라고 요구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아들(이 전무)을 홀로 세우기 위해 아버지(이 회장)가 자신을 희생하고 뒤로 물러섰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결국 이 전무의 경영권 승계 여부 및 시기는 그가 앞으로 어떤 능력을 보여주는가에 달렸다는 것이다. 이 전무는 앞으로 중국 인도 남미 중동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에서 현지경영 경험을 쌓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계열사의 한 임원은 이 전무의 향후 활동은 경영능력을 평가받는 지표가 되겠지만 삼성의 미래전략 방향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전무의 해외근무는 국내에서 온갖 의혹에 시달리며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세계무대에서 실력 있는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라는 뜻도 숨어 있다.

올해 40세인 이 전무는 경복고와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해 1991년 삼성전자 총무그룹에 입사했다. 그 후 그는 일본 게이오대 대학원에서 경영관리연구 석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경영학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01년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보로 복귀해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고 지난해 1월 전무 승진과 함께 CCO로 임명되면서 활발한 글로벌 경영 행보를 보여 왔다.

이 전무는 이번에 CCO 퇴임과 해외근무를 통보받자 예, 잘 알겠습니다라며 두 말 않고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



부형권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