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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말뚝과 총선

Posted January. 23, 2008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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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전남 나주에서 열린 나주 혁신도시 기공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토록 성공을 확신한 대통령이 왜 작년 말까지 5곳의 기공식을 서둘러 해치웠을까. 그렇게 좋은 프로젝트라면 차기 정부도 이어갈 것이므로 미리 말뚝을 박을 필요는 없었을 텐데 말이다. 임기가 한 달여 남은 노 정부가 지금도 혁신도시의 성공을 장담하는지 궁금하다.

감사원은 전국 10개 혁신도시에 대해 인구 유입계획이 미비하다고 지적했고, 전문가들도 유령 도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추지 않는다. 기공식만 서둘러서 될 일이 아니었다. 다행히 나머지 5곳의 기공식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작년 말 건설교통부가 내세웠던 실시계획 승인과 협의보상률 50%를 기준으로 하자면 3곳의 기공식이 곧 열려야 한다. 그러나 준비는 전혀 없다. 노 대통령이 스스로 임기 안에 말뚝을 박고 대못을 박아버리고 싶다고 했듯이 작년의 기공식들은 차기 정부가 계획을 바꾸지 못하도록 미리 박은 말뚝이었음을 입증한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어제 시도지사들에게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상생() 전략을 밝혔다. 수도권의 발전을 막고 지방을 발전시키자는 노 대통령의 전략과 달리 각기 특색에 맞는 발전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게 있다. 차기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 통폐합 등 구조조정을 주요 정책으로 채택하면서 노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을 거부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중심복합도시나 혁신도시 계획의 수정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있다. 전북 전주 혁신도시의 3분의 2에 이전할 예정이던 농촌진흥청이 연구기관으로 전환될 운명인 것이 한 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사안의 민감성을 내세우며 새 정부 출범 후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역 민심을 흔들 수 있는 정책 발표는 뒤로 미룬다는 전략일 것이다. 어차피 혁신도시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면 공사도 일단 멈추는 게 최선인데 총선 때문에 본격 논의를 안 한다니, 애꿎은 지역주민들만 힘들게 됐다.

홍 권 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