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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콩쿠르 1등이 내인생 전환점 조수미 선배와 신년음악회 무대에

동아콩쿠르 1등이 내인생 전환점 조수미 선배와 신년음악회 무대에

Posted December. 31, 2007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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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여름. 독일 함부르크 국립오페라단의 솔리스트로 3년간 활동하던 테너 정호윤(30). 그는 우연한 기회에 오스트리아 빈국립오페라극장의 오디션 기회를 잡았다. 빈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반주를 하고 1년에 50편 이상의 오페라가 매일 밤 공연되는 꿈의 무대.

이오안 홀렌더 씨는 20년 동안 이 극장에서 성악가 캐스팅과 관련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온 악명 높은 극장장. 그는 동양인 한 명을 위해 마련된 오디션에는 관심도 없다는 듯 오디션장에 1시간이 늦었다. 의자에 누워서 프로필을 읽던 그는 가수를 쳐다보지도 않고 고(go)라고 외쳤다.

너무도 무시당한다는 생각에 오히려 오기가 생기더군요. 갑자기 떨리던 마음이 착 가라 앉았어요.

그가 연달아 오페라 아리아 4곡을 부르자 홀렌더 씨는 점차 몸을 일으켰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문 밖으로 나가면서 이 동양인 성악가에게 다음에 (다른 극장에서 배역이) 잡힌 것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극장 관계자들이 모두 박수를 치면서 그에게 빈국립오페라극장의 전속가수가 된 것을 축하해 줬다. 저게 홀렌더의 스타일이라면서.

그는 2006년부터 이곳에서 리골레토 라트라비아타 라보엠 사랑의 묘약 오텔로 장미의 기사 등의 주역으로 화려한 경력을 쌓아 왔다. 그는 현재 유럽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 중에서도 가장 떠오르는 샛별. 그는 빈은 음악가들이 살기에 정말 좋은 도시라며 빈국립오페라극장의 전속가수는 어딜 가도 특별대우를 받는다며 자랑했다.

고교 2학년 말에 뒤늦게 성악을 공부했던 그는 1999년 서울대 음대 4학년 때 동아음악콩쿠르에서 1등을 차지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동아음악콩쿠르 우승이 심어준 자신감은 내 인생을 바꿔놓았다고 말했다. 이듬해 그는 독일 베를린 음대로 유학을 갔고 10개월 만에 독일 함부르크 오페라극장의 전속가수가 됐다.

그는 독일에서는 오페라 가수가 되면 디플롬(학위)에 대해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는데 오히려 한국에서는 학위를 따지 못한 것에 대해 걱정을 한다며 웃었다.

그는 2008년 1월 3일 오후 7시 반 세종문화회관 개관 30주년 기념 신년음악회 무대에 선다. 소프라노 조수미와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선배 성악가들과 함께하는 무대다. 그는 내년엔 미국 시카고 오페라, 스페인 리세우 극장, 프랑스 바스티유 극장 등으로의 진출도 모색할 것이라며 현실에 안주하기보다 끊임없이 내 자신을 업그레이드하고 싶다고 말했다. 02-34610-0976



전승훈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