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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외채 급증 - 국제금융 경색 10년전과 비슷

단기외채 급증 - 국제금융 경색 10년전과 비슷

Posted November. 10, 2007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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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 경제에서 외환위기 때의 모습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한국은 IMF 구제금융 신청으로부터 3년이 안 된 2001년8월 IMF 관리체제에서 완전졸업했다.

10년 전 환율 방어 등을 위해 보유외환이 바닥나기 직전까지 갔던 것과 달리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세계 5위 수준이다. 추락했던 주가도 국내외 여건 호전으로 코스피지수 기준으로 2000 안팎을 넘나들고 있다.

하지만 좀더 들여다보면 우리 경제에는 불안요인이 적지 않다.

특히 경제의 성장동력이 크게 약화돼 경제성장률은 아시아 주요 경쟁국은 물론 세계 평균 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다. 젊은이들의 취업난과 갈수록 비대해지고 있는 공공부문의 문제도 걱정거리다.

최근에는 배럴당 100달러 근처까지 치솟은 국제유가 폭등, 세계적인 달러화 약세 현상에 따른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파장, 반도체 가격 급락 등 복합 악재가 몰려오고 있다. 이 때문에 외환위기와 같은 충격까지는 아니더라도 잘못 대처할 경우 새로운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직접적 충격은 비교적 빨리 극복

외환위기의 도화선이 됐던 외환보유액은 1997년 12월 39억 달러까지 줄었지만 그동안 지속적으로 늘면서 지난달 말 현재 2596억 달러에 이른다. 중국, 일본, 러시아, 대만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규모다.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3461억 달러까지 줄었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8874억 달러로 증가했고 1997년 1만1176달러에서 1998년 7355달러로 내려앉았던 1인당 국민총소득(GNI)도 원화가치 상승의 덕을 보긴 했지만 지난해 1만8372달러로 늘었다.

혹독한 금융, 산업 구조조정의 여파로 99년 2월 8.8%로 치솟았던 실업률은 통계상 착시()도 있긴 하지만 올해 9월 3.0%로 낮아졌다. 몰려오는 새로운 구름

하지만 최근 한국경제가 처한 현실은 여러모로 경제주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먼저 외환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던 단기외채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말 현재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외채 규모는 1378억9000만 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외채의 44.3%에 이른다. 이같은 비중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말 36.6%에 비해 7.7%포인트나 높은 것이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이 국제금융센터로부터 제출받은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금융센터가 가동하고 있는 외환위기조기경보시스템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8월까지 15개월 연속 단기외채에 대한 위험신호를 발생하고 있다.

경상수지 악화 움직임도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경상수지는 97년 월평균 6억9060만 달러 규모의 적자에서 2004년 23억4780만 달러의 흑자로 증가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2005년 12억4840만 달러 2006년 5억770만 달러로 줄어들었고 올들어 9월까지 3억2430만 달러까지 축소됐다.

미국 서브프라임 부실 우려와 이에 따른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 청산 우려는 세계적인 신용경색 현상의 원인이 되고 있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지난 8월 예기치 못한 충격으로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빠르게 회수되면 97년 외환위기와 같은 혼란이 다시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배럴당 100달러 돌파 초읽기에 들어간 국제유가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가장 큰 리스크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인 반도체 D램 값이 바닥 모르고 떨어지는 것도 큰 악재가 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 경착륙 가능성도 정책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저성장의 덫에 빠진 한국경제

한국은 외환위기 이전 세계 다른 나라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성장률을 보였지만 최근 4년 연속 세계 평균에도 못미치는 성장률을 보여왔다.

한국은 1980년대 세계 평균(3.1%)보다 훨씬 높은 연평균 7.7%의 성장률을 이룩했다. 1990년대에도 세계 평균 성장률은 2.2% 였지만 한국은 6.3%였다. 하지만 2003년 한국 3.1%, 세계 평균 4.0% 2004년 4.7%, 5.3% 2005년 4.2%, 4.9% 지난해 5.0%, 5.4% 등으로 한국의 성장률이 세계 평균 보다 낮았다.

그나마 이 정도 성장을 보인 것도 내수 침체 속에서 수출이 우리 경제를 떠받혀 온 덕분이지만 최근에는 수출도 둔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설비투자 위축세도 뚜렷하다. 소비가 호조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외 경제 움직임에 따라 언제라도 위축될 수 있다.

안국신 중앙대(경제학) 교수는 그동안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위축되면서 기업들의 투자 의욕이 사라지고 활력있는 소비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정부는 일관되게 경제주체들이 예상가능한 거시정책을 펴면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면 투자와 고용창출이 늘고 소비자들도 활력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치영 정임수 higgledy@donga.com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