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리지도 않을 수억짜리 브래지어 왜 만들까

왜 신부들은 웨딩드레스를 장만하는 데 그렇게 많은 돈을 들일까. 반면 신랑들이 저렴한 턱시도를 빌려 입는 이유는 무엇일까?

코넬대 존슨경영대학원 교수인 저자의 강의 시간에 한 학생이 제출한 리포트에는 이런 질문과 설명이 있다. 신부들의 자기 패션 욕구를 들어 주기 위해 드레스 대여 회사는 엄청나게 많은 종류의 옷을 준비해야 한다. 대여 횟수가 연간 4, 5회에 그칠 것이므로, 대여비는 사는 것보다 더 비쌀 수도 있다. 반면 신랑은 기본적인 스타일에 만족하므로 대여 회사는 사이즈별로 두세 벌의 턱시도만 갖춰 놓고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 신랑의 경우 대여비가 구매가보다 훨씬 더 낮아질 것이다.

저자는 학생들에게 일상의 일들을 경제 원리로 풀어 보라는 과제를 냈고, 그중 흥미로운 것을 모아 책으로 만들었다. 이 과제에 정답은 없으므로, 문제를 만들어 내는 상상력과 이를 풀어 가는 논리력이 핵심이다. 저자는 이런 사고방식을 이코노믹 씽킹이라고 이름 붙였다.

학생들의 리포트를 또 보자. 보석이 박힌 수백만 달러짜리 브래지어는 왜 만드는 것일까? 한 학생의 설명은 이렇다.

650만 달러짜리 브래지어를 구입하는 이는 없고 제작사도 팔릴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이 제품은 화려한 선물을 원하는 이들의 구매 기준을 높인다. 더구나 보석은 재활용할 수 있으므로 회사도 손해 보지 않는다. 즉 부인의 생일 선물을 사러 왔다가 650만 달러짜리 브래지어를 본 남편은 쉽게 몇 백 달러짜리 선물을 산다는 것이다. 남녀 관계에 대해서도 경제학적 설명이 가능하다. 이미 애인이 있는 사람에게 또 다른 애인이 생기기 쉬운 까닭은? 답은 이렇다. 여자들은 매력적인 여자가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어떤 매력적인 여자가 남자에게 친밀하게 굴면 다른 여자들도 그가 괜찮은 남자라는 신호로 안다. 빈익빈 부익부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 책에 담긴 사례는 멀쩡한 가전제품에 일부러 흠집을 내서 파는 까닭은? 왜 공무원들은 방어적인 표현을 좋아할까? 등 수십 가지다. 이를 통해 수요와 공급 할인가격의 트릭 남녀관계의 경제학 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어른은 물론 청소년들에게도 권할 만하다.

허엽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