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저분한 약물 스캔들 속에서도 새 영웅은 탄생했다.
30일 끝난 프랑스 도로일주 사이클 대회 투르 드 프랑스.
우승자는 예상대로 제17구간부터 옐로 저지(종합 선두가 입는 노란색 상의)를 입었던 알베르토 콘타도르(25스페인)였다.
콘타도르는 마르쿠시스파리 샹젤리제 146km에 걸친 제20구간까지 합계 91시간 26초로 종합 선두를 지켰다. 2위 카델 에번스(호주)와는 23초 차. 1989년 7초 차로 우승한 그레그 러몬드(미국) 에 이어 104년 대회 역사상 두 번째로 적은 격차다.
투르 드 프랑스는 인간 한계 극복 드라마의 대명사였다. 사냥총 오발 사고로 산탄 총알이 온몸에 박혔던 러몬드(1989, 1990년 우승), 자동차 사고로 한쪽 다리가 3cm 짧아진 마르코 판타니(이탈리아1990년 우승) 등이 초인적인 투혼으로 옐로 저지를 입었다. 생존 확률이 절반이 안 되는 고환암을 극복하고 1999년부터 대회 7연패를 달성한 사이클 영웅 랜스 암스트롱(미국)은 투르 드 프랑스 드라마의 결정판이었다.
콘타도르에게도 역경이 있었다. 2004년 스페인에서 열린 레이스 도중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쓰러진 것. 머리 속 핏덩이를 제거하는 뇌수술을 받은 그는 자신과의 혹독한 싸움에서 이기고 재기에 성공했다.
1997년 24세였던 얀 울리히(독일) 이후 가장 젊은 우승자가 된 콘타도르는 25세 이하 최우수선수가 입는 화이트 저지도 함께 차지했다.
콘타도르는 화이트 저지가 목표였는데 평생 꿈을 한꺼번에 이뤘다고 기뻐했다. 그가 병실에서 재기를 다짐하며 읽었던 책의 주인공인 암스트롱은 우리는 세계 사이클의 미래를 봤다고 말했다.
이승건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