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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탈레반 언론플레이 교묘 신중 대응

Posted July. 23, 2007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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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무장세력이 한국인 23명을 납치한 사건이 발생한 지 사흘째를 맞아 정부는 이들의 무사귀환을 위해 외교력을 총동원하는 등 하루 종일 긴박하게 움직였다.

청와대와 외교통상부,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 관련부처는 24시간 비상근무체제를 갖추고 시시각각 변하는 아프가니스탄의 현지 상황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전력을 기울였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은 21일 오후 2시 반 직접 나서 납치단체에 메시지를 전달했다. 납치단체가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군이 철수하지 않으면 인질들을 살해하겠다고 경고한 시한인 21일 오후 4시 30분을 2시간 앞두고 이뤄졌다. 노 대통령은 회견에서 납치단체는 우리 국민을 조속히, 그리고 안전하게 돌려보내 주어야 하며, 어떤 일이 있어도 고귀한 인명을 해쳐서는 안 된다며 우리 정부는 조속한 석방을 위해 관련된 사람들과 성의를 다해서 노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3차례 안보정책회의 개최=정부는 22일 청와대에서 백종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장관급이 참석한 가운데 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어 피랍사건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미 21일 두 차례 회의를 거친 데 이어 세 번째 회의.

세 번이나 회의가 소집된 것은 무장단체가 처음에는 한국군의 철군 요구를 했다가 이후 탈레반 죄수 석방과 인질을 맞교환하자는 새로운 카드를 제시하고 시한까지 못 박으면서 한국인 인질에 대한 살해 위협을 하는 등 긴급한 대책 마련이 필요했기 때문.

21일에는 조중표 외교부 제1차관을 반장으로 하는 정부대책반을 카불 현장에 파견해 22일부터 현지에서 아프가니스탄 외교장관을 면담하는 등 본격적인 인질 구출에 착수했다.

정부는 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논의된 내용과 결정된 사항을 조 차관을 반장으로 하는 정부대책반에 실시간으로 전달해 현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협상에 활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직접 나선 대통령=노 대통령도 팔을 걷어붙였다. 전날 지방행사 참석차 충남 계룡대에 머물고 있던 노 대통령은 사안이 심각하다고 보고 일정을 취소한 채 급거 귀경했다.

김선일 씨 피랍 살해사건 등 현 정부 들어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무장단체에 납치된 사례는 적지 않았지만 피랍자 구명을 위해 노 대통령이 직접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처음.

2004년 6월 이라크에서 김선일 씨가 무장단체에 납치됐을 때 외교부의 긍정적인 보고에 의존했다가 살해됨으로써 결국 발등을 찍힌 학습효과도 대통령을 전면에 나서게 한 배경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금 상황은 모호한데 위기지수는 극도로 높은 상태이며, 과거 아팠던 경험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엄중함이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는 미국 CNN을 통해 전 세계에 전달됐다.

미디어 협상전 양상=이번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무장단체는 언론 플레이에 능한 단체라는 것이 정부의 판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혼란스러운 시그널과 메시지를 다양하게 보내오면서 교란작전을 펴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정부 당국은 19일 이후 국내외 언론 보도의 내용을 분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무장단체가 주로 AP나 알자지라 등 외신을 이용해 자신들의 요구조건을 흘리는 한편 국내 언론이 전하는 정부의 동향을 납치 무장단체가 대부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

특히 21일 브리핑 내용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일부 언론사가 납치단체에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국 파병군의 조기 철군을 송민순 외교부 장관이 일축했다는 뉘앙스로 보도하는 바람에 당국자들이 진땀을 뺐다는 후문이다.

한 당국자는 송 장관 브리핑 내용이 전달된 이후 독일인 인질 살해 얘기가 전해져 그야말로 지옥에 떨어진 기분이었다면서 다행히 전체적인 언론 보도의 내용이 정부의 방침을 냉정하게 잘 전달하는 바람에 일단 1차 고비를 넘기는 데 도움이 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태원 조수진 triplets@donga.com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