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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칸으로 2년 더 둘듯

Posted May. 10, 2007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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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코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수로기구(IHO) 총회에서 동해 표기 문제가 결정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이 문제는 2009년 열릴 차기 총회까지 논의가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IHO는 9일 속개된 총회에서 세계 바다 명칭의 기준으로 사용되는 해도()집 해양과 바다의 경계(S23) 제4차 개정판 발간 문제를 논의했다. 동해 표기 문제도 여기서 논의될 예정이었지만 한국과 일본 모두 이 문제의 표결을 요구하는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한국대표단 관계자는 일본해 단독 표기 같은 중요 결정을 위해선 총회 개막 전에 표결을 요구하는 제안서를 제출하는 게 통상적인 절차인데 일본이 이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국도 동해 단독 표기 또는 병기를 요구하는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IHO 총회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을 결정하는 데 신중한 자세를 유지해 온 데다 제안서 제출도 없었기 때문에 이번 사안은 또다시 결론 없이 유보될 것으로 대표단은 예상했다.

IHO는 1929년 동해를 일본해로 처음 공식 표기했으며 1953년 발간된 S23 3판에서 이 표기를 유지했다. 2002년 총회에서는 동해 문제에 대한 결정을 유보했으며 동해 부분을 빈칸으로 남겨둔 채 S23 잠정판을 낸 바 있다.

대표단 관계자는 일본의 영향력이 워낙 커서 동해 단독 표기나 동해 병기를 표결에 부쳐 관철하기엔 힘든 상황이라며 (한국의 영향력을 키울) 시간을 번다는 측면에서 이번 결정 유보는 긍정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의 제안서 제출을 예상한 외교통상부와 동해연구회 주축의 정부 민간 합동대표단은 지난 주말 모나코에 도착해 78개 회원국 대표단을 상대로 치열한 설득 작전을 벌였다.

대표단의 한 관계자는 78개 회원국 거의 모든 대표단에게 책자를 나눠 주고 동해 명칭의 정당성을 역설했다고 말했다. 1987년 IHO에 가입해 이번 총회에 해군 장성을 단장으로 3명의 대표단을 파견한 북한도 한국을 응원했다. 북한대표단은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한국 대표단을 격려하면서 동해 표기가 우리의 과거 지도보다는 외국 지도에 표기된 사례를 적극 홍보하는 게 설득에 유리하다는 등 전략 측면의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한편 각국 대표단에는 한국에서 동해 명칭의 합리성을 역설하는 e메일이 평균 200통 이상 쏟아져 들어와 외국 대표들이 한국대표단에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국 대표들은 이 문제에 대한 한국의 높은 관심과 적극적인 행동에 놀랐다면서도 일부는 스팸 메일 수준으로 여겨져 오히려 역효과를 낼 우려도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금동근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