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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더 고통스러운 과정 펼쳐질 것

Posted April. 13, 2007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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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베이징() 합의의 1단계 이행 시한이 기술적 문제에 걸려 사실상 지켜지기 어렵게 된 것은 앞으로 더 어렵고 고통스러운, 인내를 요하는 과정이 펼쳐질 것임을 확인시켜 준 것이다. 그럼에도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의 적극적인 대북 협상 정책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213합의 이행 1단계 시한이 14일로 끝난다. 워싱턴의 북핵 전문가들은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의 자금 송금이라는 기술적 문제로 빚어진 이번 일을 213합의 체제의 근본적인 결함으로 과장 해석하는 것을 경계하면서도, 이를 단순히 달력상의 일로만 치부해선 곤란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213합의 1단계 시한 만료를 앞두고 래리 닉시 미 의회조사국 연구원과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 소장 등 북핵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닉시 박사=부시 행정부는 어떻게든 213합의의 1단계를 마치고 2단계로 진입하기를 간절히 원했고 그게 이번 BDA은행 이슈에 반영됐다.

하지만 2단계는 더 어려울 것이다. 북한은 우선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 이슈를 강하게 밀고 나올 것이다. 이번 1단계에서 보여 줬듯 각각의 이행 과정에서 계속 협상이 요구되고 끝없이 복잡한 밀고 당기기가 벌어질 것이다. 미국이 본격적인 대선 국면이 되는 내년 가을 이전에 아무리 잘 진행돼도 이행 2단계에 머물 것이다.

사실 북한의 전략과 전술은 부시 행정부의 전략보다 더 효과적이다. 부시 행정부의 근본적 정책 목표는 완전하고 증명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핵 해체(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였지만 전략과 전술은 약하고 비효과적이었다. 지난해 말 이후 전략과 전술을 바꿔 양자회담에 적극적이었는데 이게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 인사들이 공개적으론 부인하지만 그들의 정책 목표는 이제 억제로 바뀐 것 같다. 현실적으로 북한의 핵 프로그램 해체 문제는 다음 행정부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향후 미국의 포지션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것은 나쁜 경험에 대한 인식이다. 부시 행정부 초기에 나쁜 경험이란 빌 클린턴 행정부의 제네바 합의를 의미했다. 하지만 이제 나쁜 경험은 2003년부터 지난해 북한 핵실험에 이르기까지의 경험을 의미한다. 아무것도 해결하지 않은 이 시기가 나쁜 경험으로 인식되면서 이제 누구도 그 같은 교착 국면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고, 그나마 현재 기조가 낫다는 인식이 행정부 내에 팽배해 있다.

올브라이트 소장=BDA은행 문제로 인한 이번 진통이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다. (미국이 많이 양보한 것 같지만) 부시 행정부가 2500만 달러를 전액 해제하겠다고 결정할 때 이미 이 문제는 어떻게든 다 풀고 가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협상 동력은 계속 작동할 것이다.

이번에 북한은 그들이 요구하는 조건이 조금이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을 것임을 명백히 보여 줬다. 앞으로는 더 어려운 과정이 예상된다.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에 대해 북한이 모든 걸 있는 대로 신고할 가능성은 크지 않고 미국도 HEU 정보 과장 논란에 휩싸여 논의 구도 자체가 복잡해졌다. HEU 문제 해결을 위해선 국제원자력기구(IAEA) 같은 공신력 있는 국제기구가 개입해야 한다.

BDA은행 이슈는 매우 작은 이슈였다. 훨씬 크고 심각한 도전들이 온다. 당장 닥칠 첫 장애물은 테러지원국 문제가 될 것이다. 북한은 이른 시일 내에 손에 잡히는 결과를 원하지만 미국은 일본의 납북자 이슈와 이 문제가 연결돼 있어 움직이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기홍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