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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개헌발의 조건 없는 포기가 답이다

Posted April. 12, 2007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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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모처럼 국민의 갈증을 풀어주는 봄비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어제 6개 정파() 원내대표는 개헌문제를 내년 이후 18대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뒤 노무현 대통령에게 개헌발의 유보를 요청했다. 국민연금법 개정, 사학법 재개정, 로스쿨법 제정 등의 이달 내 타결도 다짐했다. 우리는 오랜만에 생산적 정치의 가능성을 보았다.

청와대도 각 당이 당론으로 결정해 국민에게 책임 있는 약속을 하라는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즉각 대화할 용의를 밝혔다. 17일로 예정한 국무회의 의결도 연기키로 했다. 사실상 퇴로를 찾는 모습이다. 불과 40여일 전까지 여당이던 열린우리당마저 개헌 유보 요청에 합류한 것은 기록용() 발의라도 하겠다는 대통령에게 U턴의 명분을 주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1월초 개헌카드를 처음 꺼낸 노 대통령은 두 달 뒤인 3월초 각 당과 대선 주자들이 다음 정부에서 개헌하겠다고 공약하면 개헌발의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발 물러선 바 있다. 이제 이 나라의 모든 정파 원내대표가 합의한 것만으로도 대통령이 주문한 발의 포기의 조건은 사실상 충족됐다. 청와대가 각 당을 향해 모양을 더 갖춰 달라고 자꾸 조르면 볼썽사나워질 뿐이다. 이쯤에서 노 대통령이 개헌발의를 조건 없이 포기하는 것이 본인과 국민, 그리고 정국 안정을 위한 정답이다. 구구하게 조건이나 단다면 임기 말 정국 경색은 둘째 치고, 의회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된다.

17대 대통령 선거까지 8개월 남짓 남았다. 대통령이 개헌 투쟁에 매달려 국력을 낭비할 여유가 없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후속대책은 물론이고 하루 800억 원씩 잠재부채가 쌓이는 국민연금, 해마다 1조원 이상 세금으로 적자를 메워야하는 공무원연금 등 시급히 개혁해야 할 과제가 눈앞에 있다. 북핵문제도 여전히 전망이 불투명하다.

노 대통령이 개헌문제에서 민의()와 정치권의 컨센서스를 흔쾌히 받아들인다면 한미 FTA 어젠다에서 과시한 리더십에 이어 국민의 박수를 받을 수 있다. 국민은 생산적인 일을 하는 대통령이 보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