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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대우 살린 열정과 온정

Posted April. 07, 200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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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한 환대에 감사하다. 기대를 못 했는데.

닉 라일리 전 GM대우 사장이 2002년 취임 후 처음 노조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던진 한 마디였다. 어떤 환대였을까.

사실 그것은 환대가 아니라 위협에 가까웠다. 3050명의 대우자동차 정리해고자가 그가 지나는 길을 에워싸고 인수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었으니. 최근 출간기념회에서 라일리 전 사장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고했다. 그러나 당시 시위를 주도했던 노동자들은 나중에 복직됐고, 4년 뒤 떠나는 그에게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감사패를 증정했다.

이 책은 20022006년 GM대우 사장으로 재직했던 그가 GM대우의 회생 과정을 회고담 형식으로 기록한 것이다.

그는 시장 퇴출 위기에 빠졌던 대우자동차(현 GM대우)를 4년 만에 400% 매출 신장, 2년째 흑자 경영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회고담에 빼곡히 정리된 기록은 그 과정이 결코 순탄하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대우자동차와 채권단 대표인 기업은행뿐 아니라 정부와 국민의 눈치를 봐야 했던 협상 과정의 어려움, 인수 반대 시위를 거듭하는 노조, 강성노조의 본거지로 묘사된 인천 부평공장을 인수 대상에서 제외하라는 GM 본사 이사회를 설득한 작업 등 당시 상황을 두고 악어 떼가 가득한 늪에 서 있는 느낌이라고 묘사했다.

그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GM이 대우를 인수하며 핵심 기술은 빼 가고 한국에 판매할 GM 제품만 생산하는 하청공장으로 만들 것이라고 공격하던 일부의 시각이었다. 합병 후 직접 지은 GM대우 오토앤테크놀로지라는 회사 이름에 대해 그는 다소 길지만 테크놀로지라는 단어를 넣어 GM 대우를 단순한 하청업체로 만들려는 의도가 없음을 보여 주려 했다는 사연도 소개했다.

그는 정리 해고된 1725명의 노동자 중 1605명에 이르는 희망자 모두를 2006년 3월에 복직시켰다. 국내에서 유례없는 이런 결정을 그가 내릴 수 있었던 것은 한국의 직업 문화를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에서 직장을 잃으면 가족 친구 사회에서 설 자리를 잃는다는 의미이라며 복직시킬 해고노동자를 찾기 위해 행정관청이나 언론사 등 거의 모든 채널을 활용했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2006년 7월 GM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 사장 겸 GM대우 이사회 회장으로 승진한 그는 재직 기간 중 파업이 62시간에 불과했던 모범적인 노사관계를 수립한 비결에 대해 권력은 경영자에게 있으므로 노동자의 요구를 80% 수용하고 20%의 양보를 얻어 낸다는 80/20 이론을 소개했다. 그는 GM대우를 살린 가장 큰 공로자는 헌신적인 사원들이었고 그들의 공을 소개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유성운 polari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