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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어난 외모 화려한 연기.. 오페라계 샤라포바

빼어난 외모 화려한 연기.. 오페라계 샤라포바

Posted February. 10, 20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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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클래식 음악계의 큰 흐름 중 하나는 오페라 DVD 감상이다. 국내에서 볼 수 있는 오페라의 레퍼토리가 제한된 상황에서 이탈리아의 스칼라 오페라극장,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뉴욕 메트로폴리탄 극장의 최신작들을 DVD로 함께 보는 동호회 모임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바야흐로 오페라도 영화 비디오처럼 집안에서 즐기는 시대다.

이러한 혁명적 변화의 중심에는 러시아 출신의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35)가 있다. 그녀의 매력은 청순한 외모와 글래머러스한 몸매뿐 아니라 영화배우 뺨치는 드라마틱한 연기력에 있다. 21세기 비주얼의 시대, 그녀는 오페라가 더는 듣는 것이 아닌 보는 종합예술임을 재확인시켜 주고 있다.

그녀의 출세작은 2005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테너 롤란도 비야손과 함께 했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현대적인 의상을 걸치고 쉴 새 없이 뛰어다니고, 슬립만 입은 채 비야손과 키스를 하며 오페라 아리아를 소화하던 그녀의 뛰어난 연기력은 사람들의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음반점에 가보면 그녀는 CD보다 DVD로 더 많이 만나볼 수 있다. 최근에는 비야손과 함께 한 도니체티 오페라 사랑의 묘약, 플라시도 도밍고 비야손과 함께 출연했던 발트뷔네 콘서트 실황 DVD가 잇달아 발매됐다.

특히 지난해 7월 7일 독일월드컵 결승전야에 열렸던 발트뷔네 콘서트는 1990년 로마 월드컵 이후 계속됐던 스리 테너의 인기가 실력과 외모, 연기력을 갖춘 비야손-네트렙코 커플로 완전히 옮겨갔음을 보여줬다. 특히 이 DVD에는 네트렙코가 2만 명의 관객들이 모인 야외극장에서 앙코르 곡을 마이크 없이 불러 관객들에게 탄성과 기립박수를 받는 장면도 나온다.

러시아 상트페테스부르크 음악원에서 공부한 네트렙코는 키로프 오케스트라의 명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발굴해낸 스타였다. 1994년 마린스키 극장에서 피가로의 결혼의 수잔나 역으로 데뷔한 그녀는 2002년부터 뉴욕 메트로폴리탄 극장,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뮌헨 오페라극장 등에서 수많은 공연에 출연해 왔다.

그녀는 현대 오페라의 많은 부분을 바꿔 놓았다. 그녀의 등장 이후 수많은 여가수들이 다이어트를 시작했고, 남자 가수들은 근육질 몸매로 바뀌었다. 오페라 평론가 박종호 씨는 2006년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 기념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공연실황을 담은 22편의 DVD에서는 단 한 명도 살찐 가수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네트렙코는 오페라계의 샤라포바로 불린다. 테니스 경기를 한 번도 보지 않던 사람이 샤라포바의 근육미 넘치는 몸매와 괴성을 듣기 위해 TV 앞에 앉는 것처럼, 오페라를 한 번도 보지 않았던 사람이 네트렙코가 출연한 DVD를 본 후 오페라 극장을 찾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독일 루프트한자는 2005년부터 기내에서 영화뿐 아니라 오페라도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인기절정의 최정상 소프라노를 국내 무대에서 만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호암아트홀에서는 스크린으로나마 그녀의 매력을 만나볼 수 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에서 지난달 6일 상연됐던 안나 네트렙코 주연의 청교도(23, 24일 오후 2시)가 대형화면으로 생생하게 재연된다. 이밖에도 마술피리(연출 줄리 태이머22일, 23일 오후 7시 반)와 진시황제(연출 장이머우24일 오후 7시 반)도 영상물로 상연될 예정이다. 그녀가 불러온 오페라의 DVD혁명이 가져온 또 하나의 진풍경이다.



전승훈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