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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한중일 청소년 의식

Posted August. 14, 2006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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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석이는 북한이 1950년 625전쟁을 일으키기 직전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서울의 한 고교생이었다. 전쟁이 터지자 그는 구두닦이 형 진태와 함께 몸이 불편한 어머니를 모시고 피란길에 올랐지만 대구역 앞에서 강제 징집된다. 형은 어떻게든 동생을 빼내 보려 했지만 자신마저 징집돼 형제가 함께 전투에 나선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는 이렇게 시작된다. 고교생까지 총을 들어야 했던 잔인한 역사의 단편이다. 요즘 청소년들에겐 전설 같겠지만 아직도 살아있는 역사다.

학도여! 조국의 운명이 여러분에게 달려 있다. 625전쟁이 터지자 많은 학생이 곧바로 전선으로 달려갔다. 학도호국단 출신으로 가장 먼저 자원한 비상학도대와 대전에서 편성된 의용학도대는 1950년 7월 19일 대구에서 대한학도의용대로 통합된다. 의용대 용사들은 국군 전 사단과 예하부대에 배속돼 낙동강전투, 북진()전투 등에서 젊음을 조국에 바쳤다. 서울에서만 40개 학교의 171명이 전사했다.

한국청소년개발원이 한국 중국 일본의 청소년 2939명에게 전쟁이 나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일본 청소년은 41%가 앞장서서 싸우겠다고 답했다. 중국은 14%, 한국은 10%만이 같은 답을 했다. 반면 외국으로 출국하겠다고 한 응답자는 한국이 10%로 가장 많았고 중국 2.3%, 일본 1.7% 순이었다. 남북 대치 상태에서 자란 우리 청소년의 반응을 곱씹어 보게 된다.

사회의 안보 불감증과 애국 냉소병이 청소년에게 전염됐을 것이다. 부모의 태도부터 자녀에게 반영됐을 터이다. 입으로는 나라 사랑을 되뇌면서 제 자식은 석연찮은 경위로 군에 보내지 않은 인사들의 행태도 영향을 미쳤음이 틀림없다. 이 조사에서 정부는 항상 올바른 일을 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체로 그렇다고 응답한 청소년이 중국 70%, 일본 13%, 한국 9%였다. 불신 당하는 정부가 청소년들의 애국심까지 약화시키고 있지 않은가.

한 기 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