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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수라도 좋다, 취직만 된다면

Posted July. 13, 20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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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대학을 졸업하는 이모(25연세대 정치외교학과 4년) 씨는 친구들로부터 취업 5종 세트의 전형으로 불린다. 취업 5종 세트는 취업을 위해 아르바이트, 공모전, 봉사활동, 인턴, 자격증은 필수라는 데서 생겨난 신조어.

그는 올해 1학기 핀란드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했고 공모전 수상 경력도 있다. 각종 인턴과 봉사활동은 기본이다.

이 씨는 복수전공으로 경제학을 택했지만 경제학 자체에는 관심이 없었다. 정치외교학만 전공해서는 취직하기 힘들다는 생각에서 한 결정이었을 뿐이었다. 교환학생 경험도 전공 공부보다는 이력서를 더욱 화려하게 채우기 위한 성격이 짙었다. 청년실업률이 7%를 넘는 취업난 속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여야 하는 요즘 대학생들에게 이념이나 규범은 옛말이다. 다소 변칙적인 방법을 써서라도 현실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지상과제다.

실제로 연세대 최평길 명예교수 연구팀이 지난 30년간 대학생들의 의식의 흐름을 추적 조사한 결과 목표 달성에 어려움이 있어도 정도()를 걷겠다는 대학생은 절반가량 줄어든 반면 정도가 아니라도 상관없다는 대학생은 3배가량 증가했다.

이 같은 변화는 연구팀이 1977년, 1987년, 1993년, 2005년에 각각 전국 대학생 15003000명을 대상으로 대학생활, 국내외 문제에 대한 인식, 학생운동에 대한 시각 등을 심층 면접한 결과 나타났다.

최 교수 연구팀의 조사 결과 1977년에는 목표 달성에 합법적 방법만 쓰겠다는 대학생이 10명 중 8명꼴(82.7%)이었으나 1987년에는 54.8%로, 2005년에는 46.3%로 계속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반면 비합법적으로라도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학생은 1977년 8.4%에서 2005년 23.8%로 3배 가까이 늘었다.

1987년에는 반독재 민주주의(34.3%)가, 1993년에는 사회 부정부패 항거(39.3%)가 대학생들의 지상과제였으나 2005년에는 0.9%만이 학생운동에 관심을 보였다.

그 대신 전공학과 공부(34.5%)와 취직 준비(29.5%), 인간관계 확대(26.2%) 등이 큰 관심사였다.

P세대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 역시 경제침체(40.6%)로 나타났다. P세대들은 1977년 대학생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63.5%)였던 북한의 남침은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4.7%).

최 교수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P세대-대학생 진화론, 실용파 세대의 코드를 읽는다란 책으로 곧 발간할 계획이다. 30년간 한 연구팀이 일관되게 대학생 의식변화를 추적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는 요즘 대학생들의 방법론을 도덕주의적인 관점에서 비난만 해서는 안 된다며 이들이 사회의식이나 책임감, 진실성을 가질 수 없게 만드는 불안감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완준 임우선 zeitung@donga.com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