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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가) 365일 서울생활 평양방문 연1회 힘들어

(월드가) 365일 서울생활 평양방문 연1회 힘들어

Posted June. 23, 2006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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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한국에 부임한 제인 쿰스(43여) 주한 뉴질랜드 대사가 신임장 제정을 위해 17일부터 중국 베이징()을 거쳐 북한 평양을 방문 중이다. 재즈음악가인 미국인 남편과 함께. 남북한 겸임 대사라는 특수한 신분 때문이다.

신임장(credential)은 외교사절을 파견하는 나라의 국가원수가 상대편 국가원수에게 보내는 일종 신분증명서. 주재국에 이 신임장을 접수시켜야 외교사절로서의 직무가 정식으로 시작된다.

대사 한 명이 2개국 이상의 외교사절을 겸임하는 제도는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서울에 주재하는 외국대사가 평양 주재 대사까지 겸임하게 된 것은 2000년 12월 이후. 네덜란드가 북한과 수교협상을 하며 남북한 겸임 대사 제도를 제안하면서부터다. 당시만 해도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의 화해무드 탓인지 북한이 네덜란드의 제안을 전격 수용했다는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네덜란드가 첫 물꼬를 튼 이후 뉴질랜드, 벨기에, 멕시코 등 10개국과 유럽연합(EU)이 한반도 통일 노력을 지지하기 위한 상징적인 조치라며 그 뒤를 이었다. 다만 도리안 프린스 EU 대사는 아직도 북한에 신임장을 제정하지 못하고 있다. 2003년 북한과 외교 관계 및 겸임 대사 파견에는 합의했지만 EU 회원국인 프랑스가 신임장 제정을 위한 프린스 대사의 평양 방문에 거부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여하튼 남북한 겸임 대사들의 활동은 이래저래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 겸임 대사들은 지난해 육로를 이용해 평양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북한은 아직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12일 서울의 주한 외교사절 76명이 개성공단을 방문했을 때 육로를 이용한 것은 이례적인 케이스다. 대부분은 베이징을 거쳐 평양으로 들어간다.

또 평양에 대사관이나 관저를 두고 있지 않아 단기간 시내 호텔에 머물며 사무를 봐야 하는 불편함도 따른다.

남북한 대사를 겸임하고 있는 주한 외국 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평양을 방문하려고 하지만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라면서 북측 수행원의 감시가 있어 현지에서의 활동이나 접촉에도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유럽권 겸임 대사국의 한 관계자는 또 평양을 방문해 북한 고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는데 북측 통역이 우리가 하는 말의 상당 부분을 빼고 통역을 하기 시작했다. 참다못해 우리 측이 나서 보완을 해야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남북한 겸임 대사에 대한 북한의 태도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외국대사들을 만나 신임장을 받는 사람은 북한의 의전상 국가수반이라고 할 수 있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겸임 대사들은 신임장 제정에 이어 백남순 외무상도 만나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직접 면담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김정안 조이영 credo@donga.com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