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소리 밥상 앞에서 한바탕 놀아보세

Posted June. 14, 2006 03:45,   

日本語

3일 방송된 KBS스페셜 세상의 모든 라면박스는 도심 뒷골목에서 라면박스를 주워 생계를 잇는 할머니 다섯 명의 삶을 잔잔히 그렸다. 이 다큐멘터리에서 독특했던 것은 내레이션 대신 민요가 할머니들의 삶을 구술했다는 것. 젊은 소리꾼은 할머니가 끄는 리어카 뒤에서, 할머니가 외롭게 잠든 방에서, 라면박스가 재활용 재생되는 공장 기계 뒤에서 홀연히 나타나 아름다운 소리를 했다.

그 노래들을 부른 소리꾼 김용우. 무대 위에서 세 시간이나 장타령을 부르고도 더 할까요?라고 흥에 겨워 뛰어다니는 그가 올해로 데뷔 10년을 맞았다. 30일 오후 7시 반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원에서는 기념공연 십년지기가 열린다.

민요 채집하다 소리꾼으로

그가 민요에 눈을 뜬 것은 1987년. 충남 예산에서 농촌활동을 하다가 논매기 노래 등 농요의 질박한 맛에 빠져버렸다. 이후 그는 카세트 녹음기 하나 들고 전국을 떠돌며 8년 간 민요를 채집했다.

소리 채집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게 밥 먹는 거였어요. 항상 고봉으로 밥을 떠주시는데, 이걸 다 먹지 않으면 소리를 안 가르쳐주시겠다는 거예요. 밤새도록 어르신들과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며 놀았던 게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였습니다.

국악 실내악 그룹 슬기둥에서 활동하던 그는 1996년 첫 앨범 지게소리를 내놓으며 소리꾼으로 데뷔했다.

제 데뷔 앨범의 지게소리는 충남 태안의 고성규 할아버지가 가르쳐준 노래였어요. 이 곡의 반음 표현을 제 나름대로 해석해 불렀는데, 나중에 할아버지가 아, 이놈아 내 노래를 왜 이렇게 망쳐놓았어하면서 혼을 내셨지요.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김 씨는 이후 민요의 가사와 선율은 절대로 변형시키지 않고, 반주나 창법의 변화를 통해 새로움을 느끼게 하는 원칙을 세웠다.

팬클럽 3700명 몰고 다니는 소리꾼

인터뷰를 위해 만난 그는 하늘하늘 비치는 태국풍의 옷을 입고 있었다. 전통 민요를 재즈나 아카펠라, 뉴에이지 스타일로 부르는 파격을 시도하고, 옷차림이나 헤어스타일도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그에게는 팬이 많다.

인터넷 포털 다음 카페에 개설된 팬클럽에는 10대부터 80대까지 회원이 3700명이다. 팬들은 아직 총각인 그를 위해 김치, 된장, 쌀 등 먹을거리도 갖다 준다고 했다.

국악계에는 스승과 제자는 있어도 팬클럽은 쉽지 않은 데 저는 정말 복이 많은 소리꾼이죠.

이번 공연에서 그는 1집 지게소리부터 지난해 발매한 5집 어이 얼어자리까지 그동안의 히트곡을 비롯해 피아노 연주로 시작되는 제주민요 너영 나영, 레게리듬이 가미된 신아외기소리 등 신곡들을 노래한다.

퓨전 국악을 한다면서 절대 국적불명의 음악을 해서는 안 됩니다. 월드뮤직이란 영어로 노래하거나, 서양음계적 화성을 따른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우리 음악에 튼튼히 뿌리박은 상태에서 제대로 알려야 하는 것이죠.

2만4만 원. 1544-7890



전승훈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