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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세상이 미웠다 무차별 연쇄살인

Posted April. 25, 2006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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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발생한 세 자매 살인사건을 포함해 8차례에 걸쳐 5명을 살해하고 8명을 중상에 빠뜨린 연쇄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붙잡혔다.

특히 용의자 정모(37) 씨는 2004년 발생한 서울 서남부 지역 연쇄 살인사건 중 3건의 범행도 저질렀다고 자백함에 따라 경찰은 정 씨가 이 사건의 진범일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24일 정 씨를 살인 혐의 등으로 구속한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정 씨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불특정 다수를 잔인하게 살해한 점에서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 사건에 이은 제2의 유영철 사건이라 할 만하다고 밝혔다.

잔인한 범행=경찰에 따르면 정 씨는 2004년 2월 이후 최근까지 서울 금천구, 관악구, 동작구, 영등포구 등 서남부 일대에서 주로 여성이 사는 집에 들어가 범행했다고 자백했다.

정 씨는 3월 27일 오전 4시 반경 관악구 봉천8동 김모(55) 씨의 다세대주택 2층에 침입해 잠을 자던 김 씨의 딸 3명을 둔기로 때려 2명을 숨지게 하고 1명을 중태에 빠뜨린 뒤 이불에 불을 지르고 달아났다. 중태에 빠진 김 씨의 딸은 며칠 뒤 숨졌다.

정 씨는 또 지난해 4월 18일 금천구 시흥동의 모 빌라 1층 창문을 통해 들어가 황모(47여) 씨와 황 씨의 아들 이모(13) 군을 둔기로 때리고 금품을 털었으며 같은 해 10월 9일 봉천동의 한 장애인 공동생활가정에서 정신지체 3급 장애인인 30대 여성 2명을 둔기로 때려 중상을 입히기도 했다.

정 씨는 22일 오전 4시 50분경 영등포구 신길동 주택가의 김모(26) 씨 집에 들어갔다가 김 씨에게 붙잡혔다.

경찰은 정 씨의 교통카드를 조회해 이동 지역을 알아내고 추궁한 결과 주로 지하철 2호선으로 이동하면서 잇따라 강도 사건을 저질렀다는 자백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는 또 목격자는 모두 살해하려 했고 옷가지나 이불을 태워 범행 흔적을 없애려 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으며 자신의 범행을 다룬 신문기사를 스크랩해 집에 보관하며 완전범죄를 노리기도 했다.

묻지마 범행=정 씨는 경찰에서 직장도 못 구하고 결혼도 못해 화가 나 부자만 보면 죽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씨의 범행 대상은 정작 서울 서남부 지역 서민 주택가의 여성과 장애인들이었다.

정 씨는 고교를 졸업한 이듬해인 1989년 특수강도죄로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적이 있으며 절도, 야간주거침입절도, 강제추행죄 등으로 다시 붙잡혀 실형을 살았다. 그는 이후 마땅한 직업을 구하지 못했으며 인천에서 어머니와 누나, 동생 등과 함께 어렵게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는 거주지인 인천이 아닌 서울에서 범행 장소를 골랐으며, 무인카메라가 설치된 강남 지역에서 범행하면 붙잡히기 쉽다고 보고 인천과 가까운 서남부 지역에서 범행했다.

경찰은 정 씨가 인천 등지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경기지방경찰청과 공조 수사를 벌이고 있다.



문병기 이종석 weappon@donga.com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