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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잡은 간첩

Posted April. 12, 2006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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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의 은행 방코델타아시아는 미국 정부가 지난해 9월 돈세탁 우려 금융기관으로 지목하면서 국제적으로 유명해졌다. 북한이 위조한 미 달러화를 돈세탁해 준 데 대한 미국의 경고였다. 이 은행이 이번에는 북한 간첩사건과 관련해 주목받고 있다. 검찰은 그제 화교 정모(67) 씨를 간첩혐의로 구속하면서 정 씨가 받은 공작금은 방코델타아시아의 북한 공작원 계좌에서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마카오에 있는 북한의 검은돈이 대남()공작에도 쓰였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출범 후 간첩혐의로 구속된 사람은 정 씨가 세 번째다. 국가정보원 홈페이지에는 부여침투 무장간첩 김동식, 필리핀인 위장 남파간첩 무함마드 깐수 등 주요 간첩 사건이 소개돼 있다. 대부분 김대중 정부 이전의 사건으로, 2000년 이후에는 국민의 관심을 끌 만한 간첩사건이 별로 없었다. 최근 몇 년간 검거된 간첩은 2000년 1명, 2001년 1명, 2002년 0명, 2003년 3명, 2004년 1명, 2005년 1명 등이다. 간첩을 안 잡느냐, 못 잡느냐는 논란이 일 만도 하다.

간첩 검거실적이 줄어든 것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과의 교류협력이 활발해지면서 대공() 수사기능이 위축된 데다, 북의 입장에서는 굳이 간첩을 남파하지 않아도 필요한 정보를 얻는 데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공안통인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은 그제 한 라디오 방송에서 지금도 간첩이 많다며 탈북자를 통한 간첩행위가 여러 건 적발됐음에도 북한을 의식해 발표를 안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990년 독일이 통일된 뒤 분단 시절 서독에서 수많은 동독 간첩이 암약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준 일이 있다. 동독의 정보기관 슈타시의 문서 등에 따르면 적게는 수천 명, 많게는 수만 명으로 추산되는 첩자가 서독의 정계, 노동계, 학계 등에서 정보를 빼냈다는 것이다. 독일 검찰은 1990년대에 이 가운데 약 3000명을 수사해 500명을 기소했다. 남의 나라 일로 가볍게 넘겨도 될 일일까.

한 기 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