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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들이 그 맛을 알았다

Posted February. 04, 2006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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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쇼퍼홀릭이 몰려온다

계산대의 철컥하는 소리, 아름다운 상품, 냄새만 맡아도 행복한 기운이 넘친다.

영국소설 쇼퍼홀릭(shopaholic)은 쇼핑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됐지만 우울함을 잊기 위해 다시 쇼핑을 하는 못 말리는 쇼핑중독자의 이야기다. 지난해 뉴욕타임스와 아마존닷컴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습관적으로 물건을 사면서 쾌감을 느끼는 쇼퍼홀릭은 이제 여성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최근 쇼핑을 즐기는 남성들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다른 사람의 이목에 신경 쓸 필요 없는 인터넷 쇼핑몰엔 남성 쇼퍼홀릭이 넘쳐 난다.

인터넷 쇼퍼홀릭 이호민(28회사원) 씨는 매장을 돌아다니면서 쇼핑하는 것은 왠지 창피했는데 인터넷 쇼핑은 남의 눈치 볼 필요 없어 하루에도 여러 번 이용한다며 쇼핑은 습관이자 자기만족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쇼핑몰 GS이숍의 남성회원은 전체의 45%에 이른다. 구매 품목은 정보기술(IT) 관련 제품에서 패션, 음식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1회 구매액도 여성(8만6000원)보다 훨씬 많은 13만2000원이다.

최근에는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쇼핑을 즐기는 남성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남자는 쇼핑DNA가 없다고?

1998년 영국 심리학자 데이비드 루이스는 크리스마스 세일로 붐비는 백화점에서 남성이 받는 스트레스 강도가 전투기를 모는 조종사, 폭도를 진압하는 경찰과 비슷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그러나 백화점을 싫어하는 남성도 서울 용산전자상가에서는 몇 시간을 보내도 불평이 없다. 쇼핑 자체를 싫어하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쇼핑을 기피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남성의 사냥본능 때문이라고 심리학자들은 설명한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찾지 못하면 쇼핑을 시간 낭비로 생각한다는 것.

예를 들어 전자상가 쇼핑은 상품지식을 축적할 수 있어 오랜 시간을 보내도 되지만, 패션 상품 쇼핑은 이유를 댈 수 없다는 것이다.



김현수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