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울산 현대자동차 노사는 북구 연암동 일대 2700여 평의 땅에 종합복지관을 2008년까지 건립해 시에 기증하기로 했다.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터파기 공사가 한창이어야 하지만 착공조차 못했다. 구청이 진입도로를 먼저 개설하기로 약속해 놓고도 예산 20억 원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북구청 관계자는 당초 올해 자체사업 예산으로 모두 300억 원을 계획했지만 55억 원만 배정했다며 지방선거 비용에다 지방의원 보수까지 부담해야 하므로 복지관 등 신규사업 추진은 꿈도 꾸지 못한다고 말했다.
전남지역 22개 시군구 가운데 재정자립도가 8.2%로 가장 낮은 강진군은 올해 마량면에 노인복지회관을 지을 계획이었지만 예산 8억4000만 원 중 4억 원을 확보하지 못해 착공 시기를 정하지 못했다.
지방선거 비용 마련이 더 시급하기 때문. 군은 추가경정예산에서 사업비를 충당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5월 31일 실시되는 제4회 지방선거 비용과 지방의원 유급제로 휘청거리고 있다. 재정이 취약한 지자체는 주민복지 예산을 축소해야 할 정도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회장 이명박 서울시장)에 따르면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지방선거 비용은 6226억 원으로 예상된다. 2002년 선거비(1965억 원)의 3배가 넘는다.
이는 선거비 보전 범위를 늘리도록 지난해 6월 개정된 공직선거법 때문이다.
이전에는 유효 투표수의 15% 이상을 득표한 출마자에게만 비용 전액을 보전했지만 법 개정으로 이번부터는 10% 이상 득표자에게도 절반을 보전해야 한다.
선거비 보전 비용은 2002년 644억 원에서 올해 3545억 원으로 5.5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선거를 치르는 데 필요한 기본 행정 경비는 1320억 원에서 2681억 원으로 2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각 지자체는 지난해 12월 29일 입법 예고된 지방자치법 시행령에 새로 도입된 지방의원 유급화를 더 큰 부담으로 받아들인다. 선거 비용은 4년에 한번 들어가지만 의원 월급은 매년 예산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
정부안대로 시행령이 개정돼 의원 보수를 부단체장 보수의 상한액 범위에서 자율화할 경우 전국적으로 연간 1951억 원이 더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은 선거 치르고 의원 월급 주고 나면 무슨 돈으로 살림살이를 하느냐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충북대 강형기(행정학과한국지방자치학회 고문) 교수는 국가사무인 선거 업무를 지방에 넘기면서 관련 예산과 의원 보수를 부담하게 하는 것은 지방의 재정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행정자치부 전태헌() 자치제도팀장은 이르면 다음 달 초 지방의원 유급제 시행령이 공포될 것으로 보인다며 의원 유급제는 지자체 의원들이 요구한 사항으로 정부에서 개입하는 것
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장기우 정재락 straw825@donga.com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