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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100주년

Posted May. 08, 2005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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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무엇보다도 백은 많음을 뜻한다. 백 개의 성이라는 뜻에서 유래된 백성(), 여러 학자들인 백가(), 모든 벼슬아치들인 백관(). 이 밖에도 백해무익, 백발백중 등 그 용어를 헤아리자면 끝이 없을 정도다. 백은 또 완전, 충족, 영원, 극()을 다한 수다. 사람들은 하늘이 내린 인간의 수명 즉 천수()를 백이라고 생각했다. 역사의 백년인 세기()도 인간이 당대에 경험할 수 있는 최대의 시간으로, 그 의미가 적지 않다.

한 세기 전인 1905년 조선왕조가 국권을 상실한, 치욕적인 을사늑약이 체결됐다. 한반도의 역사적 암흑기가 시작된 해다. 세계적으로는 러시아가 쓰시마 해협 전투에서 일본에 대패해 결국 포츠머스조약을 체결함으로써 러-일전쟁이 종식된 해이기도 하다. 이 해에는 또한 노르웨이가 독립을 선언했다.

1905년은 세계 과학사에서도 기념비적인 해다. 아인슈타인이 특수 상대성이론을 발표해 과학의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왔다. 라이트 형제가 최초의 실용 비행기를 만들었고, 영국의 생화학자 어니스트 스탈링이 호르몬이라는 용어를 최초로 사용했다. 바넘 브라운에 의해 공룡 티라노사우루스의 화석이 처음으로 완벽하게 재구성됐다. 또한 폴란드 작가 헨리크 시엔키에비치는 쿠오바디스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한국 교육사에서도 1905년은 의미 있는 해다. 고려대의 전신 보성전문이 고종황제의 명으로 이용익 선생에 의해 설립됐다. 보성전문은 그 후 민족지도자 손병희 선생을 거쳐 인촌 김성수 선생에 의해 교육구국()을 이념으로 한 고려대로 발전했다. 고려대 100주년은 한국 현대사와 함께한 지고의 세월이다. 고려대는 이제 글로벌(global) 고대를 표방하며 대학교육 혁명을 선도하고 있다. 이로써 다시 100년이 지난 2105년 한국의 대학과 사회는 얼마나 변해 있을까.

현인택 객원논설위원고려대 교수국제정치학ithyun@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