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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쌍십절

Posted October. 13, 2004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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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만의 건국기념일인 쌍십절(10월 10일) 기념행사가 전례 없는 파행으로 끝났다. 야당인 국민당과 친민당은 정부 행사에 불참하고 각각 타이중()과 가오슝()에서 별도 기념식을 가졌다. 민진당 천수이볜() 총통이 중화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독립을 추구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반면 리덩후이() 전 총통이 이끄는 대만단결연맹은 타이베이()현 체육관에서 중화민국 국기 청천백일만지홍()기 대신 자신들이 만든 대만 국기 게양식을 가졌다.

쌍십절은 중화민국의 국부로 불리는 쑨원()이 이끌었던 중국동맹회와 연계된 비밀결사조직이 신해()년인 1911년 10월 10일 후베이()성 우창()에서 만주족인 청()의 통치에 맞서 무장봉기를 일으킨 날이다. 우창봉기로 시작된 신해혁명으로 청조는 무너지고 아시아 최초의 민주공화국인 중화민국이 탄생했다. 뒷날 국민당의 장제스() 전 총통은 우창봉기일을 중화민국 건국기념일로 선포했다.

천 총통은 기념연설에서 대만은 원주민과 커자런() 등의 본고장이지만 외성인()의 새 고향이기도 하다며 대만은 각 종족이 함께 세운 나라로 중화민국이 곧 대만이고 대만이 곧 중화민국이라고 역설했다. 그의 발언은 3월 총통선거 이후 불거진 내성인()과 외성인간의 갈등을 염두에 둔 것이기도 했지만 대만 속에 중화민국이 포함돼 있다는 내심을 은연중 드러낸 것이었다. 앞서 미국과 프랑스 주재 대만대표부는 중화민국(대만) 건국기념일이라는 초청장을 외부인사들에게 보냈다. 쌍십절 초청장에 대만을 병기한 것은 처음이었다.

리덩후이 전 총통은 이날 제헌()만이 대만을 구하는 길이라며 헌법을 새로 만들면 건국기념일도 쌍십절이 아닌 다른 날로 바뀌게 될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흘렸다. 측근들은 1947년 2월 28일 대만 본토인들이 국민당 정권에 항거한 날이 대만의 새 건국기념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민진당은 2008년까지 제헌을 완료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화민국이란 국호와 함께 쌍십절도 역사 속에 묻히는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