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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플라멩코

Posted July. 06, 2004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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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직업이 배우 같아요. 가수는 노는 것처럼 재미로 해요.

최근 5집 패션(Passion)을 낸 가수 이정현의 발칙한 발언이다. 하지만 데뷔하자마자 와 바꿔 등으로 테크노 댄스 바람을 몰고 온 이래 5집까지 다채롭게 변신해 온 그를 보면 재미가 창의력의 원천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5집은 라틴풍의 정열적이고 강렬한 리듬과 비트를 위주로 한 댄스 음악이다. 전반적인 콘셉트는 스패니시. 그는 스페인 춤의 간판인 플라멩코는 강하면서도 절제미가 있다며 이번 앨범은 강렬한 댄스를 위주로 했지만 절제된 강약 조절이 키포인트라고 설명했다.

타이틀 곡 따라해 봐는 도입부의 탭댄스가 인상적인 댄스곡. 시원한 느낌의 라틴 리듬이 흥겹다. 우울하고 힘겨운 세상살이에 지치지 말고 자신을 따라 추는 춤으로 어려움을 털어버리자는 가사다. 베사메무쵸는 중간에 들어간 기타 선율과 발랄한 캐스터네츠 소리가 조화를 이룬 댄스곡. 떠나간 연인에게 다시 돌아와 주길 바란다는 내용으로 경쾌하면서도 애절함이 배어 있다. 두 곡 다 히트곡 메이커인 윤일상이 작곡했다.

이 밖에도 음성변조장치인 보코더를 이용해 보컬의 울림을 강조한 일렉트로니카 풍의 노래 이스케이프와 히트 발라드 메이커 신재홍이 만든 몽환적 분위기의 문라이트가 귀에 들어온다.

많은 가수들이 키워지는 가요계에서 이정현은 자신을 스스로 키워 가는 가수다. 앨범마다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작곡가들에게 곡을 주문할 때도 까다롭다. 이번에는 직접 스페인 댄서의 웹 사이트를 뒤져 그의 DVD를 주문한 뒤 이를 보고 자신의 댄서들과 협의해 플라멩코를 현대적으로 변형한 춤을 만들어 냈다.

그는 너무 나서는 바람에 소속사랑 맨날 싸워요. 매니저 오빠, 일 좀 잘 해요라며 매니저를 흘겨본다.

TV 음악프로 PD들 사이에서 그는 공포의 도화지로 불린다. 자신이 설 무대의 모습을 도화지에 그려 PD들에게 특정한 무대 분위기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출연자의 위치와 의상, 소품까지 지정한다. 이중 6070%가 받아들여진다.

이정현은 완벽주의자다.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신들린 듯한 춤도 모두 계산의 결과라고 한다.

그런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저의 치밀함에 무서워할지도 몰라요, 무대에서도 강렬하니까. 그렇지만 실제 성격은 솔직하고 담백해요.

그는 요즘 싸이질에 빠져 있다. 싸이월드에 있는 그의 홈페이지에 가면 화장하지 않은 그의 사진과 폭탄주를 좋아하는 그의 술버릇을 확인할 수 있다.



김선우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