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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의 한류' 만들자

Posted March. 15, 2004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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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에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드라마 올인 가을동화 옥탑방 고양이. 그러나 한국 드라마라면 묻지 마 구매를 하던 대만에서 이 드라마들이 기대만큼의 시청률을 기록하지 못했다. 대만이 중국 말레이시아 등 중화권의 한류() 교두보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대만 시장 실패의 충격은 적지 않다.

반면 지난해 4월 일본 NHK 위성방송이 방영한 겨울연가는 시청률이 15%를 넘으면 대박이라는 일본에서 20%에 이르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에 고무된 NHK는 4월부터 한국 드라마로는 처음으로 겨울연가를 지상파로 방영한다.

이처럼 아시아 시장에서 한류에 대한 반응은 다양하다. 전문가들은 한류가 1990년대 후반 시작된 이래 전환기를 맞으면서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시험받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학술진흥재단 후원으로 한류를 연구 중인 장수현 광운대 중국학과 교수(47)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전현택 국제마케팅팀장(42)이 15일 동아일보사 회의실에서 한류의 흐름과 과제에 대한 대담을 나눴다.

한류, 2세대의 시작

전현택=한류 초기는 한국의 대중문화에 호기심을 보이는 단계였다. 그러나 이제는 자국 대중문화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지역과 장르 면에서도 한류는 확장되는 추세다. 말레이시아 등 이슬람 문화권으로 들어가는 초기 단계다. 의

가형제는 이란에, 명랑소녀 성공기는 필리핀에 수출됐다. 장르 면에서는 영화 음악 드라마로 출발했다가 온라인 게임, 모바일 컨텐츠, 캐릭터 상품, 애니메이션 등으로 파생돼 나가고 있다.

장수현=한국 대중문화의 질적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인들도 예전에는 미국 팝송을 듣고 할리우드 영화를 봤지만 이제는 한국 가요를 듣고 한국 영화를 본다.

전=동일한 컨텐츠도 나라별로 반응이 다르다. 겨울연가를 예로 들면 일본은 30대 여성들이 좋아한다. 극적 세련미 등 제작기술이 일본보다 뒤떨어지는 겨울연가를 보며 10년 전 과거에 대한 향수를 느낀다는 것이다. 반면 베트남은 겨울연가를 선진적인 컨텐츠로 받아들인다. 중국은 H.O.T 이정현 등 댄스 가수들을 선호하지만 일본은 자우림 빅마마 등 중국에선 아직 통하지 않는 라이브 가수들을 좋아한다.

장=중국인들은 한국 드라마가 자기네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과 비슷해 친숙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한다. 이에 비해 일본 드라마는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이어서 신선하기는 해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한다.

전=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을 받았던 중국은 아직도 일본문화에 대해 거부감을 지니고 있다. 초강대국 미국의 문화에 대한 경계 심리도 크다.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소수 민족의 하나로 보며 크게 경계하지 않기 때문에 그 문화를 쉽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2세대 한류의 과제

전=베트남에서는 상위 10%에 드는 소비자의 70%가 외국 화장품을 제치고 LG 드봉을 쓴다. 베트남에서 인기를 끈 드라마 의가형제와 모델의 주인공 김남주가 그 브랜드의 모델이기 때문이다.

장=중국의 드라마 제작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중국인들도 문화컨텐츠의 기대 수익이 크다는 점을 알고 투자를 많이 한다. 중국인들이 자국의 문화를 소비할 날도 멀지 않았다. 한류가 지속될 것이라는 낙관은 위험하다.

전=장기적으로는 중국과 협력해 아시아의 컨텐츠를 개발해 세계시장을 겨냥해야 한다. 미국은 소재가 고갈된 상태다. 미국에서 와호장룡의 성공은 할리우드가 소재를 아시아에서 찾고 있다는 대표적 사례다.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의 성공도 눈여겨봐야 한다.

장=지난해 만난 중국 지식인들이 한국에는 대중문화 밖에 없느냐. 중국어로 번역된 문학작품은 국화꽃 향기 가을동화 밖에 없다고 하더라. 두 작품은 모두 영화와 드라마로 나왔다가 인기를 끌자 소설로 만들어진 것이다. 중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한국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류가 대중문화의 범주를 뛰어 넘어야 한다.



이진영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