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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신의 배

Posted October. 15, 2003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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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명나라 때 완후라는 과학자가 있었다. 인간 우주선을 꿈꾸던 그는 양손에 화약통을 들고 의자에 몸을 묶었다. 하인이 불을 붙였다. 하늘로 솟아올랐으면 좋으련만 완후는 장렬하게 산화하고 말았다. 그의 죽음이 당대의 중국인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는 분명치 않다. 전통적으로 자연과 우주를 정복의 대상이 아닌, 화합의 관계로 보아 온 중국에서 과학은 환영받는 학문이 아니었다. 드넓은 땅덩어리에서 큰 경쟁 없이 농사짓고 살아 온 중국인은 서양인처럼 왜를 따지지 않았다. 전체 속에서 어떻게 조화롭게 살 것인지가 더 중요했다. 천문관측부터 관개시설까지 당시 서양에선 꿈도 못 꿨던 숱한 과학기술이 이 나라에서 나왔는데도 과학기술 강국으로 서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들은 더 이상 신선도 같은 풍경 속에 유유자적하는 노자 장자의 후예가 아니다.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아홉 명이 모두 엔지니어 출신이다. 완후의 꿈은 15일 오전 9시(현지시간) 중국 최초의 유인우주선 선저우() 5호 발사 성공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중국은 구소련과 미국에 이어 단박에 우주 강국 클럽에 입장했다. 유럽도, 일본도 못 들어간 클럽이다. 구소련의 몰락 이후 우주를 독무대 삼아 온 미국 행정부는 정신이 멍해질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고 서방 과학자들은 전한다.

아직도 적지 않은 국민이 빈곤에 허덕이고, 삶의 행복도를 말해 주는 유엔 인간개발지수가 96위에 불과한 중국이다. 그런데도 막대한 연구비를 쏟아 부으며 유인우주선을 쏘아올린 것은 국민적 자부심을 위해서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구소련의 유리 가가린, 미국의 앨런 셰퍼드가 자국 국민을 애국심으로 벅차게 했듯 중국인은 첫 우주인 양리웨이가 무사히 귀환하기를 고대하고 있다. 그의 성공은 부패와 실업 등 자잘한 국내 문제를 덮고 중국의 힘을 세계에 알린 쾌거로 기억될 전망이다.

장쩌민의 휘호가 새겨진 신의 배엔 중국이 서방 과학기술에 대한 열등감을 씻고 21세기 테크놀로지와 경제 분야의 선두 주자로 올라서겠다는 웅대한 꿈이 담겨 있다. 신의 배는 과학기술로 경제발전 기초를 다지고 자본주의로 국부()를 축적해 군사 강국으로 도약하려는 중국을 상징한다. 북핵 관련 6자회담을 주최함으로써 미국이 의지하는 정치적 파트너로 자리매김한 중국이다. 미국 일극체제 이후엔 중국이 떠오를 것으로 예견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무서운 기세로 웅비하는 중국보다 동북아 경제중심을 되뇌면서도 집안싸움에 서까래 썩는 줄 모르는 우리가 더 무섭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