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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 유감표명 적절치 않았다

Posted August. 19, 2003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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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유감표명 적절치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북한이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 참가를 통보해 왔지만 정부가 과연 이런 식으로 북한을 대해야 하는지 의문이 남는다. 노무현 대통령이 일부 보수단체들의 인공기 및 김정일 국방위원장 초상화 소각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고 북한은 이를 받아들이는 모습이 됐다.

대회를 공들여 준비해 온 대구 시민들을 생각하면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 적잖은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선 점과 유감의 내용은 적절치 않았다. 헌법상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거나 북한이 여전히 주적()이라고 해서만이 아니다. 북한의 속셈이 너무도 뻔했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도 남한이 다원화된 민주사회임을 모를 리 없다. 북측은 우리측의 보수단체들을 비난했지만 작년 부산 아시아경기 때 북한 선수단에 베푼 환대에는 보수단체들의 마음도 들어 있었다.

그런데도 굳이 우리 정부의 사과를 요구하면서 대회에 불참하겠다고 위협한 것은 보혁() 갈등을 부추겨 다시 한번 남한 사회를 흔들어 보겠다는 의도였다. 이를 알면서도 대통령이 직접 사과를 해야 했을까. 정세현 통일부 장관이 이미 귀측이 거론한 문제가 발생한 데 대해 유의한다며 사실상 유감을 표명한 만큼 대통령까지 나설 필요는 없었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더욱이 대통령은 인공기를 미국 성조기와 같은 차원에 놓고 보는, 참으로 사려 깊지 못한 말을 했다. 미국은 엄연한 우리의 동맹이다. 우리의 생명과 재산이 한미동맹 관계에 기초한 대북 억지력에 의존하고 있다. 대북 화해협력이 중요하다고 해도 아직은 우리의 현실이 성조기 소각과 인공기 소각을 동일 선상에 놓고 볼 상황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대북 정책의 일관성이다. 북한이 뭔가 트집을 잡을 때마다 들어주는 선례를 만들어서는 건강한 남북관계를 기대할 수 없다. 북한의 대회 불참 위협이 노 정권 길들이기라는 지적이 많았는데 결국 그런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