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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정부패-몰락하는 사우디

Posted May. 02, 2003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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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가 흔들리고 있다. 아울러 사우디아라비아의 값싼 석유에 의존하고 있는 세계의 경제정치적 안정도 흔들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요는 궁정에서부터 시작됐다. 그 역사적 배경과 전개과정을 미 중앙정보국(CIA)의 중동 담당 공작요원으로 21년을 일한 로버트 바어가 파헤쳤다. 미국의 권위 있는 월간지 애틀랜틱 먼슬리는 5월호에서 바어씨가 펴낸 악마와의 동침 초록을 게재했다.

사우디의 힘=10년 동안 세계 일일 석유공급량에서 사우디의 비중은 28%에서 18%로 감소했다. 그러나 사우디는 하루 200만배럴의 잉여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여전히 세계 유가 안정의 균형추다. 사우디는 80년대 이란-이라크전쟁과 9091년 걸프전으로 석유생산이 급감했을 때 걸프연안국들과 함께 500만배럴을 추가 생산, 가격을 안정시켰다. 911테러 이후 사우디는 미국에 2주 동안 900만배럴을 추가로 줬다.

사우디가 석유생산을 중단하면 유가는 배럴당 30달러 수준에서 150달러까지 치솟는다.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정유단지인 아브카이크 한 곳에만 테러가 일어나도 하루 680만배럴의 생산량이 100만배럴로 줄어든다.

사우디 왕정의 동요=테러보다 더 무서운 것은 사우드 왕족의 실정. 중동의 6개 가문은 세계 석유의 60%를 장악하고 있다. 사우드 왕족은 20%를 장악하고 있어 가장 힘센 가문. 32년 자신의 부족 이름을 따 사우디를 건국한 압둘 아지즈 이븐 사우드 초대 국왕은 40여명의 자녀를 낳았다.

현 파드 국왕(80)과 압둘라 왕세제(79), 술탄 국방장관, 나예프 내무장관, 살만 리야드 주지사는 모두 사우드 국왕의 아들이다. 사우디는 장자상속 대신 왕자들이 왕자를 추대하는 방식으로 왕위를 계승한다. 파드 국왕의 후계자는 이복동생인 압둘라 왕세제. 그러나 왕자들의 내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유는 압둘라 왕세제가 왕족의 특권과 부를 제한하는 개혁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

왕정의 부패=81년 2만8600달러였던 1인당 국민소득이 2001년에는 6800달러로 격감했다. 그동안 유가는 떨어지고 인구는 팽창했기 때문. 지난해 인구 1000명당 37.25명으로 세계 최고수준의 출산율을 기록했다. 왕족의 인구는 더 늘었다. 왕자 한 명당 40명에서 많게는 70명까지 자녀를 낳는다. 덕분에 왕자만 1만1만2000명에 이르고 왕족은 3만명이나 된다. 이들은 사치스러운 소비를 충족하기 위해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있을 뿐 아니라 평민으로부터 돈을 갈취하고 있다.

왕족 중에서 압둘라 왕세제는 사막의 검소한 생활을 해온 거의 유일한 인물. 유목민의 텐트에서 낙타젖과 대추야자를 먹고 지낸다.

그가 집권하면 왕정의 부패 청산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지자 왕자들은 필사적으로 파드 국왕에게 매달리고 있다. 파드 국왕은 95년 심장 쇼크로 쓰러진 뒤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왕자들은 온갖 의사들과 좋은 약을 대며 그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급진 이슬람주의 지원=부패한 왕자들은 자신들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급진 이슬람주의자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특히 파드 국왕의 늦둥이 왕자 압둘 아지즈는 97년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에 1억달러를 원조하는 데 힘썼다. 유엔 안보리의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는 알 카에다 조직에 10년간 5억달러를 지원했다.

미국의 대 사우디 정책=지난해 리처드 펄 미 국방부 국방정책위원장이 사우디가 국제적인 테러세력의 온상이라면서 규탄하자 발칵 뒤집힌 것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자체였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몇 시간 만에 사우디 외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었고 부시 대통령은 주미 대사인 반다르 왕자를 크로퍼드 목장으로 초청해 직접 달랬다. 미국으로서는 사우디 왕정과의 관계를 끊을 수 없다. 유가의 안정뿐만 아니다. 사우디는 수조달러를 미 은행과 주식 시장에 투자하고 있다.

정계 실력자들에게는 수지맞는 사업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딕 체니 부통령이 회장으로 있던 핼리 버튼사는 2001년 말 사우디에서 1억4000만달러짜리 새로운 유전개발 계약을 따냈다.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사우디 석유회사 사우디 아람코와 협력관계에 있는 미 석유회사 세브론텍사코의 이사를 지냈다.

설령 미국이 사우디에 서구식 민주주의를 관철시킨다 해도 문제다. 당장 선거가 실시된다면 당선될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오사마 빈 라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홍은택 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