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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국 대북제재 보고만 있을 건가

Posted February. 17, 2003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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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대북 제재계획을 준비 중이라는 뉴욕 타임스의 보도에는 북한의 핵개발을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조지 W 부시 정부의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다.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선언에 이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핵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 넘기자 어떤 대응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부시 대통령의 발언이 빈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현재 상황은 맞춤형 봉쇄정책이 처음 제기된 지난해 말과는 크게 다르다. 핵문제는 더욱 악화됐고 미국이 준비 중인 제재는 지난번에 알려진 봉쇄정책보다 훨씬 현실성이 있어 단순한 위협용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뉴욕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등 관련국이 강력히 반대하는 무역제재는 포기하는 대신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확산과 마약밀거래, 총련의 대북 자금지원 등을 제재 대상으로 검토 중이다.

미국이 은밀하게 제재를 준비하는 것은 핵문제가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는 단계로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실험 재개, 핵연료 재처리 재개를 그런 단계로 본다면 현재의 분위기로 미루어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다.

이번 보도는 제재를 전쟁으로 간주하겠다던 북한의 입장이 바뀌지 않는 한 북-미 관계를 더욱 험악하게 할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핵문제 해결을 위한 접점은 점점 멀어지는 것이 아닌가.

현실은 비관적이다. 그러나 우리가 결코 방치할 수 없는 사안이기 때문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해 대응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제재준비는 현 정부와 노무현 당선자 진영의 노력이 아직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을 입증한다. 주도적 해결이나 평화적 해결을 고장난 녹음기처럼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먼저 미국이 왜 강경대응으로 나가는지, 우리의 노력이 왜 성과를 거두지 못했는지를 냉철하게 반성해야 한다. 미국을 설득할 것인지, 북한 압박에 동참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그 다음 단계의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