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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압박에 강경대응 의지

Posted November. 24, 2002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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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무역은행이 내달 1일부터 대외 유통 및 결제의 주요 수단을 유로화로 변경키로 했다는 사실이 22일 평양발 중국 관영 신화통신 보도로 알려지자 정부 당국뿐 아니라 주변국들이 그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화통신뿐 아니라 러시아의 소리도 같은 보도를 하고 있어 북한 당국의 달러 사용 중지-유로화 대체 방침은 사실인 듯하다.

북한의 조치는 정부 당국자들조차 하나같이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로 급작스러울 뿐 아니라 다소 충격적이다.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전문가들은 일단 경제적 이유보다는 정치적 배경에 더 주목하고 있다. 갑자기 달러 사용을 중지하고 유로화로 대체하면 불필요한 대외 거래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고 거래 상대방들로 하여금 북한과의 거래를 피하게 만드는 등 숱한 부작용이 예상돼 경제적으로는 쉽게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장은 북한 대외 거래의 90% 이상을 중국 한국 일본 러시아 EU 등 5개국이 차지하는데 유럽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유로화를 기준으로 거래하지 않는다며 적지 않은 거래비용이 발생하고 상대국들의 반발이 예상돼 경제적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외 결제의 측면에서만 보면 달러화를 사용하나 엔화나 유로화를 사용하나, 화폐만 달라질 뿐 근본적으로는 마찬가지인데도 굳이 유로화를 고집하는 것은 결국 중유 공급 중단 결정에 대한 불만과 더불어 가중되는 미국의 외교적 압박에 대응하고자 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조명철(전 김일성대 교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강경정책에 확실하게 맞서보겠다는 북한 당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북한은 강경대응을 통해 미국의 양보를 얻어낸다면 그때 얻는 이익이 지금의 손해보다는 크다고 보고 체제유지를 위해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경제적 측면에서도 대외적으로는 손해이지만 대내적으로는 이익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환전비용을 챙길 수 있고 장롱 속에 숨겨진 달러를 끌어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한 주민들의 장롱 속 달러를 6억10억달러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동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7월1일 경제개선조치가 암시장 가격과 국영상점 가격을 비슷하게 해 개인이 갖고 있는 달러를 자발적으로 끌어내는 수단이었다면 이번에는 강제적으로 바꾸게 해 부분적인 통화개혁 성격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성동기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