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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우리는 가계대출로'

Posted May. 21, 2002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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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이 정부와 한국은행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 때문에 신용위기가 닥칠 우려는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가계대출을 꾸준히 늘려가기로 했다.

국민은행의 이 같은 독자노선 선언은 기존의 정부-시중은행간 협조체제를 깨는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은행에 이로운 일이라면 당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는 것이다.

국민은행 최범수() 부행장 겸 연구소장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대출은 수익성을 높일 기회인 만큼 꾸준히 늘려가겠다고 밝혔다.

연간 2조원대의 이익을 내는 국민은행은 이날 국내 최초로 1475가구를 상대로 조사한 대출이용 실태를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최 부행장은 가계대출을 받은 가구의 80%가 고소득-저대출이거나 30, 40대 봉급생활자로 대출 받은 돈을 충분히 갚을 능력이 있다는 점과 대출을 전혀 쓰지 않는 가계도 50%나 된다는 점에서 가계대출 시장은 수익성이 높다고 말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정인 연구원도 예금 자산이 많은 개인도 창업 기회가 많아지면서 은행 대출 고객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은행이 주도해 온 가계대출 시장의 성장가능성을 높게 봤다.

김 연구원은 특히 연리 20%로 빌려주는 가계대출 시장이 전무한 탓에 연 60% 이자를 물고 있는 소비자를 겨냥해 미국 씨티은행, 프랑스 세텔렘(신한은행과 합작)이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며 국민은행도 시장 진출방법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가계대출 총액이 많으면 한국은행의 저리자금 지원규모를 줄이고 주택담보로 대출할 때 대출규모를 줄이며 마이너스통장의 충당금을 더 쌓도록 하는 등의 가계대출 억제책을 잇달아 내놓았다.

국민은행 최고 경영층은 정부 대책에 대해 정부 규제를 받더라도 대출 확대로 인한 수익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되면 대출을 늘리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 190조원대의 국민은행은 2001년 말 기준 60조1500억원대의 가계대출 잔액을 갖고 있으며,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시장점유율이 48%에 이른다.

이와 함께 국민은행은 이번 조사대상 가구 가운데 37.2%가 가계대출을 받았고, 대출규모는 주택담보대출은 평균 3270만원, 신용대출은 2287만원, 카드론은 453만원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대출가계의 80%는 대출 상태가 건전하지만 저소득층 20%, 특히 상호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 대출 받은 개인들은 금리 상승 또는 자산가격 하락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승련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