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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중국의 추월

Posted November. 13, 200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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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중국은 아직 멀었다고들 한다. 베이징()에 올림픽을 유치하고 세계무역기구(WTO)의 회원이 되었지만 두고 보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 중국은 지금도 일본 한국에서 배우려 하고, 유럽 미국의 기술과 자본을 받아 들이기 위해 눈에 불을 켠다. 세계의 언론이 부풀려 놓은 허상도 있고, 언젠가 중국거품이 꺼지면 세계가 한바탕 몸살을 앓으리라는 우려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중국을 주시 경계하지 않으면 안될 조짐들이 있다. 국제감각이라면 무디기 짝이 없어 보이는 우리 정치판의 한 중진의원(야당 부총재)도 엊그제 현지를 다녀와서 12일 말했다. 중국의 도약이 위험수위다. 우리가 이대로 정쟁()으로 허송하면 다시 망할지도 모른다. 기업인들만이 아니라 정치인도 위기를 실감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중국이 벌써 한국을 추월해 버렸다고 말하는 학자도 있다. 95년에 이미 미국 갤럽이 소비자 여론조사를 한 게 있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이 제품평가를 한 결과 독일 일본 물건에 대해 각각 76, 74점을 매겼다. 그리고 중국 제품에 41점을 주었는데 한국의 그것에 대해서는 34점밖에 주지 않았다. 그리고 올해 14분기 중 미국시장 점유율이 한국은 2.3%인데 중국은 8.2%였다. 그것이 수치로 드러난 증빙이라는 얘기다.

중국의 프로바둑만 해도 한국을 앞질러 내달리는 판이다. 세계 최고 실력을 자랑하는 한국의 이창호 9단을 중국 리그에 불러들여 한판에 1만달러씩 네 판을 두기로 계약을 마쳤다. 뒤늦게 한국기원이 바둑 패권을 내준다는 말이냐며 저항(?)하고 있다. 프로바둑이란 기업이라는 스폰서가 있기에 발을 붙이는 게임이다. 중국의 이동통신 오토바이 부동산 회사들이 그 뒷돈을 댄다. 중국 바둑리그에서 유창혁 9단, 목진석 6단 등을 부른 데 이어 이제 이 9단마저 끌어들인 것이다.

내년에 월드컵대회를 치르는 한국은 축구붐이 일지 않아 고민한다. 축구 실력에서, 그라운드 바깥의 문화 세일에서, 도무지 내년에 공동개최국인 일본에 너무 처질까 걱정이 태산이다. 그러나 중국의 뛰어난 축구선수가 받는 돈(연봉)은 자그마치 한국 돈 가치로 4억원이라고 한다. 중국이 94년부터 24개팀으로 국내리그를 시작해 우리의 차범근 박종환 감독을 불러들였지만 우리는 별로 주목하지 않았다. 아시아 최초로 프로축구를 띄운 나라라는 자만에 들떠 있었다. 이 대륙의 축구붐 또한 주로 기업이 뒷받침한다.

공산당이 장악하고 지배하는 나라의 일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중국은 지금 사회주의와 시장경제라고 하는 상극()의 나무를 접목하여 열매를 거두려는, 놀랍고도 모순된 실험을 거세게 밀어붙이고 있다. 사회주의는 인간의 이기적 본성을 짓눌러 이타적()으로 끌어가려는 체제다. 그 체제 속에서 본성 본능을 부추겨 이윤() 동기로써 시장을 활성화하고 경제를 살리려는, 마치 성서를 읽기 위해 촛불을 훔치는 식의, 어쩌면 억척주부가 살림과 자녀교육을 위해 몸을 버리는 식의 모순을 감행한다.

중국의 모순은 어쨌거나 싹을 틔우고 있는 양상이다. 상하이()의 풍경에서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외탄공원에 서면, 개혁 개방의 상징인 푸둥() 지역의 빌딩군과 다국적기업 간판에서 첨단화 고도화로 나아가는 기세를 읽게 된다. 또 푸시()쪽에 아편전쟁 이래 서구열강에 참담하게 당하고 짓밟혀온 상흔이라고나 할 서구식 건축군이 관광객의 눈길을 모은다. 동양의 맨해튼이라는 소리는 그래서 나온 것이다.

연안과 내륙간의 소득격차, 도농간의 빈부격차같은 고민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중국인들은 소득 빈부차이를 격차로 보지 않고, 선후()문제로 인식하는 듯 하다고 한다. 저쪽이 잘살면 이 쪽도 언젠가는 나아지리라는 기대일 뿐, 마찰과 갈등의 조짐은 아직 없다는 것이다. 모순의 생활화라고나 할 것인가. 그렇게 앞으로만 내달리고 있다.

그 모순의 대륙에 한국 일본의 공장과 일자리가 옮아가고 있다. 일본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기업들이 싼 임금 좋은 조건을 찾아 중국으로 떠나 생길 산업 공동화, 일자리 상실을 걱정하고 있다. 한국에의 타격이 일본보다 컸으면 컸지 작을 리 없다.그런데 중국은 한 술 더 뜨고 있다. 자본불여지본(). 벌써 정보화 지력 사회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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