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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해외파병 냉정히 보자

Posted October. 25, 2001 09:40,   

日本語

9월 뉴욕과 워싱턴에서의 동시 테러 사건 이후 미국의 테러 대응책에 강력한 지지와 반 테러 국제 협력에 동참의지를 선명히 해온 일본이 최근 테러 대책 특별조치법을 국회 중의원에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10월말까지참의원을 통과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에 따라 이 법에 기초를 둔 일본의 미군지원과 난민지원의 구체적 내용이 11월경 기본 계획이라는 형식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특별법에서는 무엇보다 자위대의 임무와 목적이 확대되었다. 일본 본토방위가 아닌 테러 근절을 위한 국제협력의 명분으로 자위대를 외국에 파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둘째, 자위대의 활동 영역과 범위가 넓어지게 됐다. 자위대가 인도양까지 가서 공해와 그 상공은 물론 타국 영토(예컨대 파키스탄)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법으로 허용되는 업무내용은 식량 의약품 연료 등 물자 수송과 보급, 부상병의 수색과 구조, 무기탄약의 수송(육상은 제외) 등이다.

셋째, 무기사용의 제약이 강화된다. 신법은 2년의 시한이 있다.

요약하면 자위대가 일본주변을 넘어선 타지역에서 전투하고 있는 미군 등을 위해 후방지원-실질적인 병참지원-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일본이 이같은 특별법에 규정되는 대응을 하게 된 데에는 몇 가지 요인과 고려가 작용했다. 10년 전 걸프전쟁시 재정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적절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비판만 받은 굴욕적인 경험을 교훈삼아 더 가시적인 기여를 해야 하겠다는 강박감이 작용했다. 일본이 국력에 상응한 적극적 공헌을 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의 존재를 과시, 명예로운 위상을 차지하려는 의욕이 나타났다. 이것은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 획득이라는 숙원과 상통한다. 동맹국 미국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천명함으로써 양국 관계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도가 작용했다. 미온적 대응이 미일 동맹관계에 커다란 손상을 줄 것을 우려한 것이다. 9월 11일 사건은 인류 문명사회 전체에 대한 도전인 만큼 일본도 기민하게 테러근절의 국제적 노력에 참여해야 한다는 위기감과 책임감이 작용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리더십을 발휘해 위기관리능력을 과시함으로써 국내 정치의 안정을 유지하겠다는 고려도 있었다. 총리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책 결정자들의 보수적현실적 가치관, 사고양식, 국제정치관, 안보관이 작용했다. 9월 11일 사건과 미국의 대응을 주어진 기회로 활용해 자위대의 정통성과 위상을 제고하고 그 활동을 확대하려는 고려도 영향을 미쳤다. 이번 법안내용 결정과정에는 미일 양국의 군함이 성조기와 히노마루를 나란히 휘날리며 항해하는 모습을 그리는 집단의 영향력이 작용했을 것이다.

사실 특별법 제정을 가능케 한 것은 테러 참사에 대한 국제협력이라는 대의명분과 일본사회의 변천, 그것을 반영하는 국민의식구조의 변화와 정치권력구조의 현황이다. 압도적 국민지지를 기반으로 하는 고이즈미 총리의 리더십, 집권당의 일부가 된 공명당의 정책상의 변화, 민주당과 공명당의 상호견제, 전통적 진보세력의 약체화, 각 정당의 세대교체와 신사고 등장 등 현재 진행 중인 폭넓은 사회적 변혁이 특별법 제정의 뒤편에 있다.

특별법을 평가하는 문제에서 한국발 논평은 자위대 파견문제에 초점을 두고 일본정치정부 우경화의 연장선에서 군사대국을 지향하는 노력을 추구하지 않을까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이 헌법개정, 본격적 재무장, 해외에서의 군사개입 방향으로 필연적으로 달리고 있다는 것은 단순한 해석이다. 일본의 안보환경에 극적 변화가 일어나 자국의 사활적인 국익에 중대한 위험을 느껴야 가능한 일인데 앞으로 중 단기적으로 그러한 상황이 발생할 확률은 희박하다.

멀지 않은 장래에 중기적으로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겠다는 정책상 변화를 상정할 수는 있다. 자위대법과 기타 관련법의 확대수정 및 소위 유사입법의 정비 등은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헌법 9조의 정식 개정은 장기적으로 일본정치가 극복하지 못할 과제로 남을 것이다.

김영진 (미국 조지워싱턴대 명예교수 겸 경희대 초빙교수,국제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