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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에 ‘미래비전’이 안보인다

Posted October. 28, 2017 09:45,   

Updated October. 28, 201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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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 촛불집회가 28일로 1년을 맞는다. 최순실 국정 농단과 박근혜 정부의 무능에 분노한 민심은 탄핵과 대선을 거치면서 잘못된 과거와 결별하고 촛불과 ‘태극기’로 분열됐던 한국 사회의 진정한 통합을 명령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한국 사회가 적폐청산 드라이브에 지나치게 매몰되면서 다시 양분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 첫 국정감사는 실질적 개혁보다는 현 정권과 이전 정권들이 뒤엉킨 정치적 진흙탕을 보여주는 데 그쳤다. ‘적폐’와 ‘신(新)적폐’의 대립 속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 강행을 이유로 결국 국정감사 전면 보이콧에 나섰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적폐청산을 당분간 멈출 생각이 없다. 27일 청와대 관계자는 “적폐청산은 앞으로 한 달이 중요하다. 부처별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 조사를 바탕으로 개혁 조치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조사하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 기업 세무조사 압력을 조사하고 있는 국세청 등이 잇달아 조사 결과와 혁신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드러난 박근혜 이명박 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추가 수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돼 다시 한 번 현 정권과 이전 정권의 충돌 양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 원로들과 각 분야 전문가들은 잘못된 과거를 개혁하겠다는 적폐청산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미래지향적 개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6·25전쟁 최대 위기라는 북핵 이슈와 혁신성장을 통한 경제개혁 등 핵심 어젠다가 산적해 있는데 적폐청산이 정치보복과 정치투쟁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국정의 주요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분야로 적폐청산 대상을 최소화해야 한다. 정권 전체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적폐 사례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계속되는 적폐청산 논란으로 사회적 피로가 누적되고 있는 만큼 ‘예측 가능한 시한’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전 한국정당학회장)는 “적폐청산 드라이브로 인한 국민적 피로감이 쌓이고 있다. 언제까지라고 규정할 수 없더라도 가닥은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명재 연세대 교수는 “적폐청산과 미래지향 국정은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현재 적폐청산이 7, 미래지향이 3의 비중이라면 1년 뒤엔 미래지향 7, 적폐청산 3의 비중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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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