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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 항모대치

Posted January. 12, 2017 08:27,   

Updated January. 12, 201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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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중국해에서 무력시위를 벌인 중국의 첫 항공모함 랴오닝(遼寧)함 전단이 11일 북상해 대만해협에 진입하면서 대만군에 비상이 걸렸다.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중남미 순방 중인 상황에서 이뤄진 중국 항모전단의 대만해협 진입에 대해 경고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랴오닝함은 2014년 1월에 대만해협을 통과한 적이 있었으나 당시는 공식 취역 전이었다. 함재기를 탑재하고 전단을 구성한 채 대만해협을 통과한 것은 처음이다.

 대만 국방부는 11일 랴오닝 전단이 이날 오전 7시경 대만 남서쪽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한 뒤 대만해협의 서북쪽으로 항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중국해에서 훈련을 마친 뒤 모항이 있는 산둥(山東) 성 칭다오(靑島)로 귀환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대만군은 전날 오후 9시경 랴오닝 전단이 남중국해 둥사(東沙) 군도 해역을 거쳐 대만해협에 진입하자 비상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대만 공군은 해상초계기 P3C, 대만산 전투기 IDF와 F16 전투기를 긴급 발진시켰고, 해군도 청궁(成功)급 구축함 등을 급파했다. 대만 언론은 핑스콴(馮世寬) 국방부 장관이 직접 지휘를 맡았다며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랴오닝 전단이 180km 길이의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데는 10시간가량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랴오닝 전단이 예상보다 일찍 귀항길에 오르면서 서진 중인 칼 빈슨 미 항모전단과의 조우 또는 대치는 이뤄지지 않게 됐다. 칼 빈슨 전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는 20일을 전후해 아시아태평양 해역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랴오닝 전단의 이번 남중국해 훈련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서 벗어나려는 미국과 대만을 겨냥한 본격적인 무력시위라는 평가가 나온다. 구축함 등 전단을 거느리고 대만 동쪽을 통해 내려간 뒤 대만해협으로 올라와 대만을 한 바퀴 도는 무력시위를 벌였다. 차이 총통은 지난해 12월 초 트럼프 당선인과 전화 통화를 해 중국의 분노를 샀다.

 랴오닝함은 이번에 처음으로 자국이 설정한 해양 방어선인 제1열도선(일본 오키나와∼ 대만∼필리핀)을 넘어 지난해 12월 25일 서태평양으로 진출했다. 중국 언론도 첫 ‘원양 훈련’을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는 8일 “중국의 항모는 ‘집 지키는 남자’가 아니다”며 “동태평양으로 진출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밝혔다. 동태평양은 멀리는 미국 서부 해안까지 미치는 바다로, 태평양에서의 미중 대결 시대를 예고한 것이다.

 중국은 이르면 올해 초 두 번째 항모를 진수할 예정이며 순수 자국 기술로 제작한 세 번째 항모도 건조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과 중국의 항모 보유 수가 10대와 1대로 큰 차이가 있지만 중국이 항모 전력 강화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어 격차가 차츰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랴오닝 전단은 남중국해에 보름 남짓 머물면서 현지 적응 훈련과 함께 함재 항공기와 헬기의 이착륙 훈련, 전단과의 합동 기동 훈련 등을 했다. 항모 전단을 활용한 전투 실전 훈련을 벌인 것이다. 이번에는 미중 항모 대치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미국이 남중국해에 항모를 동원하면 중국도 언제든지 항모로 맞설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자룡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