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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트럼프 안찍는 이유

Posted December. 07, 2016 08:27,   

Updated December. 07, 201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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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자 뉴욕타임스(NYT) 독자투고란에 이례적인 글이 올라왔다. ‘내가 선거인단 투표에서 도널드 트럼프에게 투표하지 않을 이유’다. 이 글은 이날 NYT에서 조회수 1위를 차지했다.

 필자는 지난달 8일 미국 대선에서 선출된 선거인단(electoral college) 538명 가운데 텍사스 주에서 뽑힌 38명의 공화당 소속 선거인단 중 한 명인 크리스토퍼 서프런 씨다. 그는 공화당 소속이지만 19일 공식 대통령 투표에서 트럼프를 뽑지 않겠다고 했다. 당선 이후 트럼프의 행보가 국가를 통합하지 못하고 분열을 조장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재 긴급의료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서프런 씨는 2001년 9·11테러 때 뉴욕에서 소방대원으로 구조활동에 참여하며 한 맹세를 19일에도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15년 전 나는 내 조국과 헌법을 지키기 위해 외국이든 국내에서든 모든 적들과 맞서 싸우기로 맹세했다. 12월 19일 나는 같은 일을 또 할 것이다.”

 미국은 간접선거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엄밀히 말해 11월 8일 선거는 유권자가 자신을 대신해 대통령을 뽑을 선거인단을 선택한 것이다. 이날 선택된 538명이 실제 대통령을 선출하는 날은 12월 19일이다. 역사적으로 선거인단은 대부분 자동적으로 소속 정당 후보에게 투표해 왔고 가끔 반대표가 나와도 극소수에 그쳐 판세를 뒤집은 경우는 없었다.

 올해 선거인단 투표에선 이런 선례가 깨질지 관심이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지지자들은 대선 후 서프런 씨처럼 반대투표를 할 공화당 선거인단을 모집하기 위해 ‘해밀턴 선거인들(Hamilton Electors)’이란 단체를 만들었다. 선거인단에 양심에 의한 투표를 강조한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인 알렉산더 해밀턴의 유지를 따서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참여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선거인단은 서프런 씨가 유일하다.

 트럼프 당선인을 지지해온 폭스뉴스는 이 소식을 전하면서 “선거인단의 반기로 트럼프가 낙선하는 일은 가능성의 영역에 있지 않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확보한 선거인단은 306명으로 대통령 당선 확정에 필요한 270명을 무너뜨리려면 서프런 씨를 포함해 37명이 반기를 들어야 한다.



권재현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