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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일방적 요구 접고 대통령과 직접 담판하라

야, 일방적 요구 접고 대통령과 직접 담판하라

Posted November. 05, 2016 07:57,   

Updated November. 05, 2016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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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의 어제 대국민담화에 대한 야당의 반응은 혹평 일변도였고, 김병준 총리 후보자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기자회견까지 열어 “진정성이 없는 개인 반성문에 불과했다”면서 별도 특검과 국정조사를 받아들일 것, 일방적 총리후보 지명을 철회하고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를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이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정권퇴진 운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당은 논평을 통해 “대통령이 계속해서 최소한의 책임마저 회피하고 자리보전과 꼬리 자르기에 연연한다면 당 차원에서 하야·탄핵의 길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점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두 야당의 요구를 요약하면 별도 특검과 국정조사 수용,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 국회 추천 총리 수용, 새누리당 탈당이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어제 한광옥 신임 대통령비서실장을 만나 “정치적 중립성이 담보된다면 야당이 요구하는 개별특검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국정조사도 새누리당이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그러나 총리의 권한과 임명 방식을 놓고서는 첨예하게 대립한다. 대통령과 야당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이대로 가면 김병준 총리는 버리는 카드가 될 수밖에 없다.


 정국이 갈수록 꼬이는 데는 야당의 리더십 부재도 한몫 거들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당초 유력 대선주자이자 오너나 다름없는 문재인, 안철수 전 대표까지 포함해 국정수습 해법으로 거국내각을 주장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수용하겠다며 박 대통령에게 건의하자 거국내각보다는 진상규명이 우선이라고 발을 뺐다. 여당이 받지 못할 것이라고 여겼는데 받겠다고 하니 말을 바꾼 것이다. 그리고 야3당끼리 모여 다른 여러 가지 조건들을 주렁주렁 내놓았다. 야당 추천 총리가 내치(內治)만 맡을 것인지, 아니면 외교안보까지도 내놓으라는 것인지가 명확치 않다. 말을 수시로 바꾸고, 중구난방으로 이런 저런 조건들을 붙인 주장을 내놓아 신뢰하기가 어렵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여야 대표와 자주 소통하면서 국민과 국회의 요구를 더욱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제는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만나 허심탄회하게 지금의 사태 수습 방안과 차후 국정운영 방안, 대통령과 총리의 역할분담까지 논의하는 것이 순서다. 야당이 수권을 꿈꾸는 책임 있는 정당이라면 지금의 사태를 길게 끌고 가면서 대선국면을 유리하게 조성하려는 정략에 매몰되서는 안 된다. 박 대통령을 만나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 해결방안을 내놓고 담판을 벌여야 한다. 국민은 이 국가적 위기국면에서 야당이 책임 있는 자세로 나오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다.



이진녕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