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69)과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70)가 격돌한 첫 TV토론에 대한 평가를 놓고 미 언론들이 뚜렷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TV토론을 계기로 미디어가 대선 한복판으로 들어갔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친(親)클린턴 성향의 진보 언론들은 클린턴의 압승이라고 평가했다. 26일 1차 TV토론 직후 CNN이 시민 521명을 대상으로 ‘어느 후보가 더 잘했느냐’고 물은 여론조사에서 클린턴(62%)이 트럼프(27%)보다 2배 이상 지지를 얻은 것이 주요한 논거다.
MSNBC방송은 “클린턴만이 대통령 자격이 있다”고 노골적으로 편들었다. 뉴욕타임스(NYT)는 토론 다음 날부터 연일 ‘클린턴의 상승세와 트럼프의 하락세’를 집중 보도하고 있다. NYT는 하루가 멀다 하고 “트럼프 같은 인간은 절대 백악관으로 보내선 안 된다”는 노골적인 내용의 칼럼을 싣고 있다.
반면 보수 성향 매체들의 보도는 전혀 다르다. 폭스뉴스는 “CNN NYT 같은 진보 언론은 ‘클린턴이 이겼다’고 하지만 인터넷 여론은 완전히 다르다”며 “130만 명이 넘게 참여한 ‘드러지리포트’의 온라인 투표에서 트럼프(52%)가 클린턴(48%)을 4%포인트 앞섰다”고 반박했다. 또 “폭스뉴스 온라인 투표에선 트럼프 50%, 클린턴 35%로 그 격차가 더 컸다”고 보도했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TV토론 평가 결과는 오프라인(매스미디어)을 보느냐, 온라인을 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르다”며 “앞으로 경합 주들의 여론 향배가 진정한 TV토론의 승자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 “(친클린턴 성향의) CNN은 TV토론 내용 중 클린턴에겐 유리하고 트럼프에겐 불리한 부분을 다른 방송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이, 반복적으로 방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토대로 폭스뉴스는 CNN을 ‘클린턴 뉴스 네트워크(Clinton News Network)’라고 비꼬기도 했다. 케이블(Cable)의 C를 클린턴으로 바꿔 조롱한 셈이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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