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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협박에 사드 포기하면 한미동맹도 끝난다

중국 협박에 사드 포기하면 한미동맹도 끝난다

Posted August. 05, 2016 07:56,   

Updated August. 05, 2016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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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3일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해 중국 외교부가 어제 “모든 당사자는 이 지역의 긴장을 높이거나 서로를 도발하는 행위를 피해야 한다”는 반응을 내놨다. 온 세상이 다 아는 북한 김정은의 도발을 놓고 ‘모든 당사자’의 자제를 촉구하는 중국은 과연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 국가인지 깊은 의구심이 생긴다. 북의 잇단 핵·미사일 도발에 맞서 안보주권 차원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배치를 결정한 한국의 대통령에 대해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런민일보가 실명 비판한 것을 용납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런민일보는 3일 사설에서 “한국의 정책결정자는 독단적으로 자국의 안위와 미국의 사드를 한데 묶어 역내 안정이 깨지는 것은 염두에 두지 않아 주변 대국의 안보 이익에 손해를 끼쳤다”며 “7월 4주차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격하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박 대통령을 거론했다. 런민일보는 공산당의 공식적 입장을 대변한다. 이 신문이 시대착오적 종주국 의식까지 드러내며“만약 충돌이 발발한다면 한국은 가장 먼저 공격 목표가 될 것이다”라고 쓴 것은 마치 선전포고를 연상케 한다. 1일자 사설에선 한국이 ‘미국의 앞잡이’라며 “한국의 정책결정자는 기본적인 경각심과 현실감을 유지해야 한다”고까지 쓴 표현에 모욕감을 느끼지 않을 한국인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중국이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엔 소극적으로 대처하면서 방어 수단인 사드를 오히려 탓하는 것이야말로 ‘대국’답지 못한 행태다. 사드는 중국의 핑계거리일 뿐, 중국의 진의는 한미일 3각 안보협력 구도에서 가장 고리가 약한 한국을 떼어 내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려는 데 있다. “인근 국가와 우호 관계만이 한국이 안전을 보장받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중국의 엄포는 자신들에게 줄을 서라는 얘기다. 만일 경제 때문에 사드 배치를 철회한다면 중국은 돈으로 얼마든지 한미동맹을 흔들 수 있다고 판단할 것이고 다음엔 주한미군 철수 등 더 난감한 요구를 할 수도 있다.

 벌써 중국은 한국인 상용 복수비자 발급 절차를 까다롭게 하고, 한류 스타들의 중국 공연과 방송 출연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에 대해 우리 외교부가 “중앙 정부 지침이 있는 게 아니고 지방정부 또는 민간 업체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힌 것은 문제를 해결할 능력도, 부당한 처사에 맞설 의지도 없다는 의미로 들린다. 외교부가 ‘모든 당사자’의 자제 촉구에 대해서만 “일방적 주장을 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밝힌 것도 중국 눈치만 보는 티가 역력하다. 알아서 기는 한국 외교를 중국이 존중할 리 만무하다.

 중국은 한국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나라지만 한국 역시 중국엔 네 번째로 큰 수출 시장이다. 중국이 한국에 경제 보복을 하면 중국도 동반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만큼 양국 경제는 상호의존적이다. 우리를 손보려 한다면 중국 역시 잃는 것이 가볍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미동맹은 양국이 안보 면에서 운명을 같이 하겠다는 굳은 다짐이다. 오늘 북이 다시 남침 한다면 한국을 위해 기꺼이 피를 흘릴 나라는 미국뿐이다. 사드 배치 결정을 번복하는 것은 한미동맹을 끝내고 다시 중국의 속국이 되는 것을 선택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런민일보를 보면 알 수 있다. 중국이 우리를 위해 단 한 방울의 피라도 흘리겠는가.



한기흥기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