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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혁신 없는 야합으론 ‘반기문 대망론’ 헛꿈이다

새누리당, 혁신 없는 야합으론 ‘반기문 대망론’ 헛꿈이다

Posted May. 26, 2016 07:18,   

Updated May. 26, 2016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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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그제 김무성 전 대표와 최경환 의원을 함께 만나 당 위기 상황을 수습할 정상화 방안에 합의한 것을 두고 비판이 거세다. “밀실 야합이다” “계파 수장들에게 기대어 계파 청산을 도모한다는 것은 모순” “총선 참패의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들에게 셀프 면죄부를 줬다” 같은 주장들이 제기됐다. 그러자 김 전 대표 측에서는 “합의가 아니고 직전 당 대표로서 자문을 했을 뿐”이라고 한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비판과 주장은 충분한 일리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친박과 비박이 대립하고 정 원내대표가 ‘낀박’ 신세인 형편에 계파를 대표하는 인사들의 결단 없이는 사태 수습이 불가능하다. 진짜 중요한 것은 만남의 형식이 아니라 혁신의 내용이다. 혁신비대위를 이끌 외부 위원장을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처럼 강단과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데려올 수 있는지가 첫 번째 과제다. 혁신비대위는 전당대회 준비 역할은 기본이고 국민의 공감과 신뢰를 얻을 수 있는 획기적 쇄신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친박과 비박이 실질적 계파 해체를 이뤄낼 수 있는지도 과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어제 제주에 도착해 5박6일간 일본과 한국을 오가는 일정에 들어갔다. 4·13총선 참패로 여권의 대선주자군이 지리멸렬하면서 반 총장의 대선 출마를 의미하는 ‘반기문 대망론’이 여권에서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여론조사 1위권을 지키고 있는 반 총장이라도 업지 않고서는 정권 재창출이 어렵다는 위기감 때문일 것이다. 친박계 핵심인 홍문종 의원은 “반 총장은 새누리당에 변수가 아닌 상수”라고까지 말했다. 어제 반 총장이 참석한 제주포럼 행사에 같은 충청권인 정 원내대표와 홍문표 사무총장 대행, 나경원 의원 등이 참석하고 반 총장이 방문하는 곳(서울, 경기 고양, 경북 안동과 경주)마다 여권 인사들이 따라나서는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그러나 반기문 대망론도 새누리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높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새누리당이 계파 갈등을 청산하지 못하고 쇄신에 실패해 국민에게 희망이 없는 것으로 낙인찍힌다면 반 총장이 그런 정당과 손잡을 까닭이 없다. 과거 박찬종 정몽준 고건 씨의 경우로 볼 때도 한때 여론의 지지가 높다고 계속 유지된다는 보장도 없다. 외교관 출신이 험난한 정치판에 뛰어드는 것 자체가 엄청난 모험이다. 결국 새누리당이 스스로 국민에게 정권 재창출의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하면 반기문 대망론은 한갓 헛꿈에 불과하다.



이진녕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