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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와 서울대 병(病)

Posted February. 24, 2016 07:21,   

Updated February. 24, 2016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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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교 시절 완벽했던 학생들이 명문대 진학 후 불안과 우울증을 겪다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우리가 아니라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년 전 ‘캠퍼스 자살, 완벽에 대한 압박감’에서 소개한 미국 이야기이다. 동부 명문대 펜실베이니아대에선 2014년 6명이 목숨을 끊었고 코넬대는 2010년 6명이, 뉴올리언스 툴레인대에서는 2013년 4명이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펜실베이니아대 캐서린 드윗은 “똑똑하고 예쁘고 부자 부모를 둔 친구들 속에서 나는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아 죽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미 대학 상담센터를 찾아온 학생들 절반 이상이 남과의 비교에서 오는 좌절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우울증세를 겪고 있다고 했다. 특히 고교시절 올 A만 받던 명문대생들은 B학점만 받아도 인생 전체가 실패한 것 같다고 느낀다.

 ▷명문대생들의 내면을 탐구한 책 ‘공부의 배신’을 쓴 윌리엄 데레저위츠 예일대 영문과 교수는 “학생들은 부모와 사회가 그토록 바라는 학교에 들어갔지만 불안, 좌절, 공허함, 목표 상실, 고독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성공’만 있고 ‘배움’이 사라진 시스템 속에서 최우수 운동선수처럼 길러진 이 순응적인 아이들을 지배하는 감정은 두려움이고, 핵심 목표는 삶의 안전이라는 것이다.

 ▷서울대생들도 명문대 병이 심각한 모양이다. 서울대는 자살 충동을 상담하는 학생들이 급격히 늘고 연평균 한두 명이던 자살자가 지난해 5명까지 이르자 ‘위기대응위원회’를 만들었다. 전교생을 건강군, 취약군, 위험군으로 나눠 집중 관리한다고 한다. 요즘 미국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힘들어도 티 내지 않는 엘리트들의 위선을 걷어내자”는 취지로 ‘펜 페이스(Penn Face·늘 억지로 웃는 것)’ ‘오리 신드롬(Duck Syndrome·우아해 보이지만 물밑에선 정신없이 물갈퀴질을 하는 것)’을 걷어내자는 운동까지 있다고 한다. 사람 목숨보다 소중한 것은 세상에 없다. 건강한 정신 속에 행복한 삶이 보장된다.

허 문 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