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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부, 백선엽 현충원 기록서 ‘친일파’ 삭제

보훈부, 백선엽 현충원 기록서 ‘친일파’ 삭제

Posted July. 25, 2023 08:04,   

Updated July. 25, 2023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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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훈부가 24일 6·25전쟁 영웅이자 한미동맹의 상징적 인물인 백선엽 장군(1920∼2020·사진)의 국립대전현충원 안장자 정보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친일파)’ 문구를 삭제했다.

기존에는 보훈부와 대전현충원 인터넷 홈페이지의 ‘안장자 검색 및 온라인참배란’에서 백 장군을 조회하면 비고란에 ‘무공훈장(태극) 수여자’라는 사실과 함께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2009년)’이라고 표시돼 있었다.

이 문구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3월 당시 국방부와 보훈처가 ‘친일 장성 안장 현황 정보’를 넣기로 결정하면서 백 장군의 안장식(2020년 7월 15일) 다음 날 기재됐었다. 당시 여당(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선 국립묘지에 안장된 친일 논란 인사의 파묘(破墓)를 주장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보훈부는 삭제 결정에 대해 어떤 법적 근거도 없이 안장 자격이 된 공적과 무관한 문구를 기재하는 것은 국립묘지 설치 목적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른 안장자는 범죄경력 등 안장 자격과 무관한 정보를 기재하지 않으면서 특정인의 특정 사실만 선별 기재하도록 한 것은 불순한 의도를 갖고 백 장군을 욕보이고 명예를 깎아내리려 했다는 강한 의심과 함께 안장자 간 균형성도 간과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보훈부는 또 자체 조사 결과 유족의 명예훼손 등의 여지가 있음에도 유족 의견을 청취하지 않았고 면밀한 법적 검토도 이뤄지지 않는 등 절차적 정당성도 확보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고도 했다.

2005년 노무현 정부 때 특별법으로 만든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는 2009년 백 장군을 비롯한 1000여 명의 ‘친일파’ 명단을 발표하면서 백 장군에 대해 일제강점기 만주 간도특설대에 근무하면서 독립군을 토벌했다고 했다. 올 2월 백 장군의 유족 측은 해당 문구 기재가 국립묘지법에 위배되고, 사자(死者) 및 유족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면서 문구 삭제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백 장군이 간도특설대에 복무한 것은 사실이지만 독립군을 토벌했다는 객관적 자료는 없다”며 “친일파 프레임으로 백 장군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법적 근거 없이 국립묘지 설치 목적에 맞지 않는 사항을 임의로 기재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했다.


윤상호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