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박 3일간 중국 국빈 방문 일정이 15일 마무리됐다. 2017년 11월 이후 8년 6개월 만에 중국을 찾은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여섯 차례 만나 대만 문제, 이란 전쟁, 무역 갈등 등 양국 핵심 현안을 논의했다. 이를 통해 두 정상은 지난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관세전쟁 등으로 한동안 ‘치킨 게임’ 양상으로 치달았던 양국 관계를 일단 ‘안정화’ 수준으로 계속 관리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핵심 현안에선 실질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고, 오히려 인식 차이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정상 간 공동성명 발표도 없었다.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산 항공기, 농산물, 원유 수출 확대 등 경제 이슈에 방점을 찍은 반면, 시 주석은 대만에 대한 중국의 ‘레드라인’을 강조했다. 또 시 주석은 ‘중-미 전략적 안정 관계’라는 미중 관계의 중장기 프레임을 제시하며, 상대적으로 단기적 경제 거래에 집중한 트럼프 대통령과 차별화된 전략을 선보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15일 오전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에서 차담회에 이어 업무오찬을 함께했다. 중난하이는 시 주석의 집무실 등 중국 핵심 권력기관들이 몰려 있어 ‘중국 권력의 심장부’로 불린다. 미 대통령이 이곳을 방문한 건 2014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두 정상은 전날 환영행사와 정상회담, 톈탄공원 방문, 국빈 만찬에 이어 이날도 두 차례 더 만나며 친밀한 관계를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과 “환상적인 무역 합의를 이뤘다”며 성과를 자평했다. 그는 전날 정상회담 뒤 녹화돼 이날 방영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선 “(중국이) 보잉 항공기 200대를 주문하기로 했고, 미국 농민들을 위해 대두도 대량 구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당장 눈에 띄는 성적표가 필요한 만큼, 중국과의 가시적 무역 성과를 부각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이날 중국 외교부는 양국 정상이 ‘중-미 건설적 전략적 안정 관계’를 미중 관계의 새로운 지위로 삼는 데 동의했고, 향후 양국 관계의 전략적 지침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중 관계를 단순한 무역 협상이 아닌 장기적인 세력 균형의 문제로 끌어올린 것. 이를 통해 향후 미국과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강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근무했던 중국 전문가 리자 토빈은 PBS에 “‘우리(중국)는 당신(미국)과 동등하다. 당신은 더 이상 유일 초강대국이 아니다’란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논평에서 “두 정상은 중-미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는 데 동의했다”며 “중-미 관계라는 거대한 배의 방향과 키를 함께 잡아 혼란과 변화가 교차하는 세계에 더 많은 안정성과 확실성을 주입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