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12일 한미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의 조속한 전환에 공감대를 이뤘다면서도 “미국 측에서 약간의 다른 생각을 가진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안 장관은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과의 전날 회담 결과를 이같이 설명하며 “앞으로 더 이해와 설득을 구할 부분이 있으면 이해와 설득을 구하겠다”고 말했다. 전작권 전환의 구체적 시기나 조건 충족과 관련해 한미 간 인식차가 있어 조율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번 한미 국방장관 회담은 한국 측 요청으로 다소 다급하게 잡힌 일정이다. 안 장관은 “특정 현안에 대한 합의나 심도 있는 논의보다는 소통 차원에서 만나 여러 논의를 하는 자리였다”고 설명했지만, 최근 한미 간엔 정보 공유 제한과 쿠팡 사태로 인한 안보 협의 지연 등 불협화음이 잇달아 불거졌던 만큼 이를 해소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받았다. 그런데 정작 별다른 성과는 없이 전작권 전환을 둘러싼 양국 간 이견만 노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 안 장관이 이번 만남을 추진한 것도 최근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전작권 전환 시기를 미국 행정부 교체기인 ‘2029년 1분기’로 언급하면서 논란이 빚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로선 2028년 이전까지 전작권 전환 완료를 목표로 삼아왔는데, 2029년 초가 되면 미국의 대선 결과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어떻게든 그 시기를 앞당겨 보려 마련한 자리인데 오히려 긁어 부스럼을 만든 셈이 됐다.
미국 측은 이번 만남을 대이란 전쟁에의 협력을 요구하는 계기로도 활용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파트너들이 우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를 기대한다”며 한국군의 호르무즈 해협 개방 작전 참여를 사실상 압박했다. 이에 안 장관은 지지 표명, 인력 파견, 정보 공유, 군사자산 지원 순으로 단계적 기여의 뜻을 전하며 일단 유보적 답변을 내놨지만 미국이 기존의 동맹 청구서에다 대이란 전쟁 기여 요구까지 얹은 것은 분명하다.
한미동맹은 지난해 한국군의 대북 방어 주도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를 주요 골자로 한 ‘동맹 현대화’에 합의했다. 특히 한국은 전작권 전환을 위해 국방비 증액과 핵심 역량 확보를 약속했다. 안 장관이 강조한대로 전작권 전환은 양국 군 통수권자가 최종적으로 결정할 ‘정치적 정책적 결심 사항’이다. 하지만 그 능력을 갖추지 못했는데 의지만으로 시기를 정할 수는 없다. 조급하게 서두를수록 미국이 내미는 청구서만 늘어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