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호 전 산림청장이 음주운전 사고를 내 21일 직권면직됐다. 20일 밤 성남 분당구 자택 인근 사거리에서 만취 상태로 신호를 위반해 마을버스와 승용차를 잇달아 들이받은 것이다. 사고 현장 폐쇄회로(CC)TV에는 그의 차량이 보행 신호에도 멈추지 않아 횡단보도를 건너던 행인이 펄쩍 뛰어 몸을 피하는 위험천만한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국민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재난기관의 수장이 자칫 타인의 생명을 앗아갈 뻔한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더욱이 사고를 낸 날은 산림청이 선포한 ‘산불 조심 기간(1월 20일∼5월 15일)’ 중이었다. 김 전 청장이 경질된 21일만 해도 하루 동안 전국에서 산불 12건이 발생해 직원들은 종일 초비상 상태였다. 산림청 노조가 성명에서 지적한 대로 “연중 가장 중대한 시기이며 전 직원이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한 준전시적 상황”에서 기관장이 만취 운전을 한 데서 고위 공직자로서의 책임 의식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김 전 청장은 지난해 8월 임명될 때 ‘셀프 추천’으로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국민추천제 게시판에 “진짜 대한민국의 산림 정책을 위해 김인호 교수를 강력히 추천드린다”는 글을 직접 쓴 것이다. 인사청문회에선 “제가 저를 잘 안다고 생각해 추천했다”는 이유를 댔다. 이렇게 자신을 과대 평가했던 김 전 청장은 우여곡절 끝에 임명된 지 반년 만에 공직 윤리를 망각한 범죄로 물러나며 이재명 정부의 흑역사로 남게 됐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김 전 청장 직권면직으로 책임을 다했다는 태도를 보여선 안 된다. 자질 논란이 제기됐던 후보자를 공직에 앉힌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고위 공직자 인사 검증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2, 제3의 김인호가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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