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728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2일 합의하고 국회 본회의를 열어 통과시켰다. 여야가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인 12월 2일을 지킨 건 2020년 이후 5년 만이다. 여야는 정부가 짠 총지출 규모를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일부 항목을 빼고, 더해 합의를 도출했다. 이제 여야정은 큰 갈등 없이 통과된 대형 확장예산을 민생회복, 경제성장의 결과로 연결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확정된 예산에는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발행지원, 국민성장펀드 등 이재명 정부 주력사업 예산이 원안대로 포함됐다. 인공지능(AI) 지원 예산 등은 일부 깎이고, 대신 야당이 요구한 국가장학금 지원 예산 등이 증액됐다. 세제개편안에는 고배당 기업에서 받은 배당소득에 세금을 최고 30%까지만 물리는 방안이 여야 합의로 포함됐다. 다만 야당이 반대한 법인세 인상안은 세율을 1%포인트 높인 정부안이 일방적으로 통과돼 논란의 소지를 남겼다.
그럼에도 내년 예산안의 여야 합의 처리는 예산안 심의·확정이란 국회의 핵심기능이 정상화된 것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작년에는 12·3 비상계엄 직후 여야의 극한 대치 속에서 사상 처음 당시 야당이자 다수당인 민주당이 올해 예산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킨 바 있다. 이제 국회가 할 일은 예산이 취지에 맞는 성과를 내는지 감시하고, 필요하면 입법을 통해 지원하는 일이다.
제일 급한 일은 9월 초 여야정이 합의한 ‘민생경제협의체’을 본궤도에 올리는 것이다.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만나 청년고용, 배임죄 폐지, 지방건설경기 활성화 등 여야의 공통 대선공약 실현을 위해 만들기로 했던 협의체다. 그런데도 9월 중순 예정됐던 첫 회의부터 정치적 이유로 불발된 뒤 아직 첫발조차 떼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 주 52시간제 예외인정 등 협의체에서 다뤄졌어야 할 사안들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경제의 불확실성은 커졌다. 한국은행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0%, 내년 1.8%, 내후년은 1.9%로 3년 연속 ‘1%대’ 저성장이 예상된다. 정부의 ‘잠재성장률 3%’ 목표 달성을 위해선 정책기조가 오래 이어질 거란 경제주체들의 믿음이 필수적인데, 정치권의 갈등은 기업과 국민의 불안감을 키운다. 이번 예산안 합의처리를 계기로 여야가 민생경제협의체를 본격 가동해 국민 실생활 문제 해결에 나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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