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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무죄… ‘조작 수사’ 끝까지 책임 물어야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무죄… ‘조작 수사’ 끝까지 책임 물어야

Posted October. 30, 2025 08:23,   

Updated October. 30, 2025 08:23


‘아버지와 딸이 공모해 어머니를 독살했다’고 검찰이 결론을 내렸던 2009년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에 대한 재심에서 28일 무죄가 선고됐다. 아버지 백모 씨와 딸은 살인 등 혐의로 무기징역과 징역 20년 형을 받았고, 지난해 재심 개시 결정으로 풀려나기 전까지 15년간 각각 수감됐다. 억울한 옥살이를 한 딸은 무죄가 선고된 뒤 “검사와 수사관에게 이렇게 수사하면 안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백 씨는 문맹에 가깝고 딸은 독립적 사회생활이 어려운 경계선 지능인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들이다. 검찰은 이런 점들을 고려하기는커녕 진술거부권조차 알려주지 않은 채 유도 신문과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받아냈다고 재판부는 질타했다. 백 씨 변호인은 “범행을 부인했는데도 인정한 것으로 (조서가) 바뀌었고 부인하면 강압적 추궁이 이어졌다”고 했다. 검찰이 실적을 올리는 데 급급해 인권 보호와 적법절차 준수라는 기본적 의무를 내팽개친 것이다.

막걸리와 청산가리를 백 씨가 구해왔다는 검찰의 주장도 허점투성이였다. 검찰은 당초 백 씨가 한 식당에서 막걸리를 샀다고 했는데, 실제론 백 씨가 이 식당을 방문한 흔적이 없다는 사실을 입증할 폐쇄회로(CC)TV 화면을 확보해 놓고도 법원에 제출하지 않았다. 백 씨에게 청산가리를 줬다고 검찰이 지목한 백 씨의 지인은 법정에서 “청산가리를 본 적 없다”고 했다. 이 정도면 강압 수준을 넘어 사건을 조작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증거를 왜곡해 범인을 만들어내는 것은 공권력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중대한 범죄다. 하지만 직권남용죄의 공소시효 7년이 이미 지나 담당 검사를 형사처벌하기는 어렵다. 이 검사는 다른 사건 관계인에게서 향응을 받았다는 등의 이유로 면직돼 검찰을 떠난 뒤여서 징계도 할 수 없다. 재심을 통해 진상이 밝혀진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 사건’ 등의 담당자들도 비슷한 이유로 책임을 모면했다.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불법 수사에 대해선 공소시효를 없애 끝까지 책임을 묻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