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시장을 읽고, 일상을 바꿔라” AI 시대 기업들의 생존 전략

“시장을 읽고, 일상을 바꿔라” AI 시대 기업들의 생존 전략

Posted October. 17, 2025 07:14,   

Updated October. 17, 2025 07:14


인공지능(AI) 기술주가 주도한 미국의 증시 상승세에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BOE)과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최근 AI 관련 기술주의 급등이 과거 정보기술(IT) 기업이 주도한 ‘닷컴 버블’을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AI 돌풍의 중심에 선 오픈AI의 창업자 샘 올트먼조차 “현재 AI 붐의 상당 부분은 거품”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수치로 확인하면 현실감이 더해진다. 워런 버핏이 ‘밸류에이션을 보여주는 최고의 단일 지표’라고 칭하면서 유명해졌던 ‘버핏 지수’는 지난달 200%를 돌파했다. 버핏 지수는 한 나라의 주식시장 전체 시가총액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값이다. 닷컴 버블기(약 140%)를 훌쩍 넘어섰다.

그럼에도 AI는 단순한 기대감을 넘어 우리 생활에 실질적 변화를 이끌고 있다. SK그룹의 한 계열사 커뮤니케이션실은 최근 AI 동영상 생성기를 활용해 사내 홍보 영상을 제작했다. 과거 수억 원이 들던 프로젝트를 월 20만 원의 구독료로 대체했고, 등장인물과 대본, 애드리브까지 모두 AI가 자동으로 만들어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냈다. 제작비와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품질을 유지한 사례다.

AI의 확산은 비단 산업 영역에만 그치지 않는다. 차갑고 기술적인 영역으로 여겨졌던 AI는 이제 개인의 취미와 감정의 영역까지 깊숙이 스며들었다. 평생 회계와 재무, 숫자의 세계에서 살아온 한 대학의 50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AI 음악 생성기를 통해 취미로 작곡을 시작하며 오랜 꿈을 현실로 옮겼다. 머릿속에만 맴돌던 멜로디에 AI의 목소리를 얹어 완성한 노래를 지인들에게 들려주는 일이 이제 그의 조용한 즐거움이 됐다. 30대 직장인 정모 씨는 자신의 연애 고민을 챗GPT에 털어놓고 위로를 받는다고 했다. 영화 ‘그녀(Her)’ 속 외로운 남자 주인공이 AI와의 대화를 통해 위로를 얻듯, 오늘의 우리는 이미 AI와 감정을 나누기 시작했다.

AI 버블론은 조만간 터질 가시적 위험일까, 아니면 새로운 시대를 예고하는 신호일까. 우리는 미래를 내다볼 순 없지만 역사를 공부할 순 있다. 닷컴 버블 당시에도 대부분의 기업은 사라졌지만 아마존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는 살아남았다. 그들은 현란한 기술이나 투자자의 열기에 기대 자금을 끌어모으는 대신 시장의 현실적 문제를 정확히 겨냥했다. 이용자가 매일 찾고,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 구조를 만들었고, 그 속에서 네트워크 효과가 스스로 작동했다. 한국에서 IT 버블 시기를 극복하고 지금까지 살아남은 많은 기업도 시장을 읽고 고객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AI 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기술보다 중요한 건 일상 속 문제를 풀어내는 능력이다. 그런 기업이 ‘넥스트 빅테크’로 성장할 것이다.

닷컴 버블의 승자인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AI 산업은 분명 버블이지만 기술 자체는 진짜”라고 강조했다. 버블은 사라지지만 기술은 남는다. 과열을 경계하되, 기술의 가능성은 놓치지 않는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지나친 낙관도, 과도한 비관도 경계하는 것이 AI 시대를 관통하는 생존 전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