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美취업 ‘허들’ 100배 높인 트럼프 비자 폭탄

美취업 ‘허들’ 100배 높인 트럼프 비자 폭탄

Posted September. 22, 2025 08:22,   

Updated September. 22, 2025 08:2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문직 취업 비자(H-1B) 발급 수수료를 1000달러(약 140만 원)에서 10만 달러(약 1억4000만 원)로 100배 올리는 내용의 포고문에 19일(현지 시간) 서명했다. H-1B 비자는 세계 각국의 첨단 기술 분야 인재들이 미국 빅테크에 취업할 때 발급받아 온 비자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이민 정책이 강화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개방적이던 전문직 비자 발급마저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율 관세, 주요국에 대한 미국 내 투자 압박 등에서 나타났듯 외국의 ‘투자는 받지만, 사람은 받지 않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가 또 한 번 드러났단 분석도 제기된다. 한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H-1B 비자 수수료 증액 조치가 국내 기업의 미국 진출과 한미 간 비자제도 개선 논의에 미칠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포고문을 통해 “H-1B는 해외의 저임금 저숙련 노동력이 미국의 과학기술 분야에 유입되도록 하는 데 악용돼 왔다”며 “미국인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하고 해고를 야기해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H-1B를 이용하는 기업에 더 높은 비용을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상 H-1B 비자 발급 비용은 외국인 고용 기업들이 부담하는데, 이를 대폭 인상해 내국인 고용을 유도하겠다는 것. H-1B 제도를 반대해 온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주장을 수용한 거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 발표로 외국인 고급 인력을 대거 고용하며 기술력을 강화해 온 미국 빅테크들에 비상이 걸렸다. 뉴욕타임스(NYT)는 “MS, 아마존, JP모건 등이 해외에 있는 직원들에게 새 규정이 발효되기 전에 빨리 미국으로 귀국하라는 안내문을 보냈다”고 전했다. 새 규정은 21일 0시 1분부터 발효되는데 이틀 내 돌아오라고 종용한 것. 혼란이 커지자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조치는 H-1B 신규 발급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라며 “국가 이익에 부합하는 경우에는 개별 사례별로 예외를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최근 조지아주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를 계기로 비자 발급 확대를 추진한 한국 정부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1일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조치가 우리 기업과 전문직 인력들의 미국 진출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고 미국 측과 필요한 소통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우선 imsun@donga.com · 권오혁 hyuk@donga.com